회장도 없는 빈집에서 시위하더니 갑자기 복귀…삼성노조 속내는 [비즈360]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현업에 복귀한다. 다만, 파업 종료는 아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참여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남에 따라, 내부에서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일부터 대표 교섭권을 두고 노노(勞勞) 간 논의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만큼 크고 작은 쟁의를 이어가며 장기전에 돌입할 계획이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가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파업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민지 기자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은 지난 1일 오후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통해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측을 지속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현시점부터 5일까지 현업에 복귀해달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장기 플랜으로 전환할 때”라며 “끝장 교섭 결렬로 파업 투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전개될 투쟁의 성공을 위해 지속 가능한 게릴라 파업과 준법 투쟁으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삼노가 현업 복귀를 결정하면서 우려했던 반도체 생산 차질 이슈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지난달 8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전삼노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사측과 집중 교섭을 진행했지만 최종 협상이 결렬됐다. 이번 결렬로 파업이 장기화될 것이 분명해지자 조합원의 임금 손실 규모가 커질 것을 우려해 출구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삼노는 현업에 복귀하지만 게릴라식 파업, 디지털 기록매체 복원 대응 지침, 녹취·채증 투쟁 등으로 파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다만, 오는 5일로 대표 교섭 노조 지위를 잃는 만큼 사측과의 다음 교섭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전자 내 다른 노조 중 하나라도 사측에 교섭을 요구할 경우, 개별 교섭이 진행되거나 다시 교섭 창구 단일화를 진행해야 한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앞서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가장 큰 노조이기 때문에 대표 교섭권을 잃는 게 아니다”라며 “새로 교섭권을 얻어야 하는 (3∼4개월) 기간 중 잠시 파업권을 잃을 뿐 이후 다시 교섭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전삼노는 사회적 이슈화와 쟁의기금 마련을 위해 국회, 법조계, 시민단체와 연대하는 등 파업 규모를 더욱 키운다는 계획이다. 오는 5일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지난 5월 반도체 수장으로 취임한 전영현 부회장도 성과급을 둘러싼 직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나섰다.

전 부회장은 지난 1일 취임 후 첫 사내 메시지를 통해 “당초 공지된 내용은 목표 영업이익 11조5000억원을 달성할 경우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이 0∼3%지만 현재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고 이익률이 개선되고 있어 모든 임직원이 함께 노력한다면 OPI 지급률은 당초 예상보다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이 25조~26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 경우 직원들은 연봉의 40%대에 달하는 OPI를 받을 수 있다.

전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 쇄신을 위한 쓴소리도 더했다. 그는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부서 간 소통 장벽, 비현실적 계획 보고 문화 확산 등을 지목하며 “직급과 직책에 관계없이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인정하고 도전할 것은 도전하며 투명하게 드러내서 소통하는 반도체 고유의 치열한 토론문화를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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