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혐 논란'이 일었던 넥슨 홍보 영상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난해 넥슨의 게임 홍보영상에 남성 혐오의 상징인 '집게손'을 그렸다는 누명을 쓰고 온라인에 신상이 공개된 애니메이터가 누리꾼들을 고소했지만,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해 논란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애니메이터 A 씨가 자신에 대한 온라인 게시글을 작성한 누리꾼들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불송치(각하) 처리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가 넥슨 등 여러 게임사에 납품한 홍보 영상을 두고 일부 누리꾼이 '남성 혐오를 목적으로 집게손을 그려넣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누리꾼들은 스튜디오 뿌리 직원인 A 씨를 콘티를 그린 인물로 지목하며 공격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A 씨의 신상정보가 유포되고 모욕성 발언이 이어졌다.
그러나 콘티를 그린 인물은 A 씨가 아니라 40대 남성으로 밝혀졌다.
A 씨는 지난 6월 자신의 신상정보를 퍼나르고 모욕성 글을 쓴 누리꾼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 결과 통지서에서 "피의자들이 고소인을 비판하는 것은 그 논리적 귀결이 인정된다고 보인다"며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당시 '남혐 논란'이 일자 스튜디오 뿌리가 사과문을 게시했고, 또 A 씨가 과거 트위터에 페미니스트에 동조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글은 A 씨 등 특정 인물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게 손가락 동작'을 기업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것이 현재의 풍토"라고도 덧붙였다.
통신매체이용음란 건과 관련해서는 트위터의 자료 제공이 필요한데, 강력범죄가 아닌 한 트위터가 공조하지 않기 때문에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 씨 측은 수사 결과에 반발하며 이의신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A 씨를 대리하는 범유경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A 씨가 페미니스트든 아니든 도를 넘는 모욕이나 실제로 하지 않은 일에 대한 비난을 감당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와 관련해선 구체적 수사를 하지도 않고 공조 협조를 받기 어렵단 이유로 각하했단 점에서 경찰 수사가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