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훈 따라 한성고서 기량 닦아…이대훈 “애기였는데, 이렇게 빨리 커”
7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겨루기 남자 58㎏급 금메달리스트가 된 박태준(경희대)이 태권도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입학 전이다.동네 도장에서 흥미를 붙인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본격적으로 겨루기를 배웠다.하지만 재미있는 취미 수준을 넘어 ‘직업’으로서 태권도를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막 선수 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반복 훈련에 지쳐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부모한테 통보하기도 했다.
박태준이 앞만 보고 달린 건 ‘롤 모델’이 돼준 선수가 나타나면서다. 태권도 스타 이대훈(대전시청) 코치다.박태준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이 코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68㎏급에 출전, 동메달을 땄다.
금메달은 놓쳤지만 자신을 지켜본 아이들을 팬으로 만들 만큼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8강에서 복병으로 떠오른 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게 패한 후 그의 손을 번쩍 들어주며 승리를 축하해줬다. 이후 패자부활전을 거쳐 올라간 동메달 결정전에서 명승부 끝에 자우아드 아찹을 눌렀다.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올림픽에서 아쉬움을 털어낸 이 코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3연패의 대업까지 달성했다.
이 코치의 전성기를 지켜본 박태준은 그를 좇아 한성고에 입학했다. 한성고는 이 코치의 모교다.
‘이대훈 키즈’ 박태준은 고교 시절부터 이 코치한테 직접 조언을 구했다. 이 코치가 학교까지 찾아와 각종 기술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초등학생’ 박태준과 첫 만남을 돌아본 이 코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처음 봤을 때 되게 귀엽고 조그마했는데…완전 ‘애기’였다”라고 웃었다.
이 코치는 “내 고등학교 때 지도자분께서 언젠가 그 초등학생을 보고 ‘무조건 데리고 와야 한다’고 하셨다”며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고1 때도 신장이 170㎝ 초반이었다는 박태준은 이후 180㎝까지 크면서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고3 때인 2022년 태극마크를 다는 쾌거를 이뤘다.
이 코치가 확인한 박태준의 재능은 실제로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경럅급의 새 기대주로 떠오른 박태준은 2022년 10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월드그랑프리 시리즈에 처음 출전, 58㎏급에서 금메달을 따왔다.
2020 도쿄 올림픽의 금·은메달리스트 등 당시 기준으로 해당 체급 올림픽 랭킹 2, 3, 4, 7위의 강호를 모두 꺾으며 첫 무대부터 국제 경쟁력을 제대로 입증했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도 주인공은 박태준이었다. 54㎏급 결승에서 아리요 바스케스(스페인)를 제압하고 금메달을 땄다.
이때의 우승으로 ‘태권도 초신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박태준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올림픽까지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첫 출전부터 이 코치를 넘어 남자 58㎏급 최초의 금메달을 한국 태권도에 안겼다.
박태준의 고교 선배이자 롤 모델인 이 코치가 올림픽에서 가장 높게 올라간 곳은 시상대 2등 자리였다. 이 코치는 2012 런던 대회 때 박태준과 같은 58㎏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땄다.(파리=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