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스타’ 이대훈 따르던 소년…훌쩍 큰 금메달리스트 박태준

이대훈 따라 한성고서 기량 닦아…이대훈 “애기였는데, 이렇게 빨리 커”

[헤럴드경제((파리)=이상섭 기자] 박태준이 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준결승에서 튀니지의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를 상대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헤럴드경제((파리)=이상섭 기자] 박태준이 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준결승에서 튀니지의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를 상대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겨루기 남자 58㎏급 금메달리스트가 된 박태준(경희대)이 태권도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입학 전이다.동네 도장에서 흥미를 붙인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본격적으로 겨루기를 배웠다.

하지만 재미있는 취미 수준을 넘어 ‘직업’으로서 태권도를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막 선수 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반복 훈련에 지쳐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부모한테 통보하기도 했다.

박태준이 앞만 보고 달린 건 ‘롤 모델’이 돼준 선수가 나타나면서다. 태권도 스타 이대훈(대전시청) 코치다.박태준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이 코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68㎏급에 출전, 동메달을 땄다.

금메달은 놓쳤지만 자신을 지켜본 아이들을 팬으로 만들 만큼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2019년 대한태권도협회가 유튜브에 공개한 박태준의 영상
2019년 대한태권도협회가 유튜브에 공개한 박태준의 영상[대한태권도협회 유튜브 영상 캡처]

 

8강에서 복병으로 떠오른 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게 패한 후 그의 손을 번쩍 들어주며 승리를 축하해줬다. 이후 패자부활전을 거쳐 올라간 동메달 결정전에서 명승부 끝에 자우아드 아찹을 눌렀다.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올림픽에서 아쉬움을 털어낸 이 코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3연패의 대업까지 달성했다.

이 코치의 전성기를 지켜본 박태준은 그를 좇아 한성고에 입학했다. 한성고는 이 코치의 모교다.

‘이대훈 키즈’ 박태준은 고교 시절부터 이 코치한테 직접 조언을 구했다. 이 코치가 학교까지 찾아와 각종 기술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초등학생’ 박태준과 첫 만남을 돌아본 이 코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처음 봤을 때 되게 귀엽고 조그마했는데…완전 ‘애기’였다”라고 웃었다.

이 코치는 “내 고등학교 때 지도자분께서 언젠가 그 초등학생을 보고 ‘무조건 데리고 와야 한다’고 하셨다”며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고1 때도 신장이 170㎝ 초반이었다는 박태준은 이후 180㎝까지 크면서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고3 때인 2022년 태극마크를 다는 쾌거를 이뤘다.

매서운 발차기 연습하는 태권도 대표팀 박태준
 25일 오전 충북 진천 대한체육회 진천선수촌 태권도장에서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대표팀의 박태준이 발차기 훈련을 하고 있다.(진천=연합)

 

이 코치가 확인한 박태준의 재능은 실제로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경럅급의 새 기대주로 떠오른 박태준은 2022년 10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월드그랑프리 시리즈에 처음 출전, 58㎏급에서 금메달을 따왔다.

2020 도쿄 올림픽의 금·은메달리스트 등 당시 기준으로 해당 체급 올림픽 랭킹 2, 3, 4, 7위의 강호를 모두 꺾으며 첫 무대부터 국제 경쟁력을 제대로 입증했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도 주인공은 박태준이었다. 54㎏급 결승에서 아리요 바스케스(스페인)를 제압하고 금메달을 땄다.

이때의 우승으로 ‘태권도 초신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박태준은 기록적인 상승세를 올림픽까지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첫 출전부터 이 코치를 넘어 남자 58㎏급 최초의 금메달을 한국 태권도에 안겼다.

박태준의 고교 선배이자 롤 모델인 이 코치가 올림픽에서 가장 높게 올라간 곳은 시상대 2등 자리였다. 이 코치는 2012 런던 대회 때 박태준과 같은 58㎏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땄다.(파리=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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