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워싱턴 경제 클럽과의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는 가운데 제롬 파월 의장의 연설이 23일(현지시간) 예정돼 있어 금융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전례대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보다 덜 감동적이지만 금융 시장에는 더 중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잭슨홀 심포지엄은 경제 정책을 다루는 고위급 인사들이 모여서 세계 경제와 정책 현안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학술 행사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주최로 22일부터 3일 동안 진행되며, 파월 의장 연설 외엔 모두 비공개로 진행된다.
앞으로 약 한 달 뒤인 9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기에 금융 시장은 파월 의장의 메시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2022년 이 심포지엄에서 강도 높은 매파(통화 긴축 선호) 발언으로 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금융 시장에선 파월 의장이 9월 금리 인하 확률이 높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금리 인하 폭과 향후 속도에 관해서는 확언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 시장은 전날 발표된 FOMC 의사록과 고용 지표를 토대로 9월 금리 인하를 확실시하고 있다. 7월 FOMC 의사록은 다수(vast majority) 위원들이 지표가 지속해서 예상대로 나온다면 다음 회의에서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연간 비농업 일자리 증가 폭이 종전에 발표된 수치보다 81만8000명(약 30%) 줄었다고 발표했다. 고용 시장이 당초 파악됐던 것만큼 뜨거운 상황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금융시장에선 다음 달 금리인하 확률을 100%로 본다. 인하 폭은 0.25%포인트 65.5%, 0.5%포인트는 34.5%로 나온다.
이달 초 경기 침체 우려가 부각되며 ‘빅 컷’(0.5%포인트 인하) 전망에 무게가 확 실렸다가 최근 물가와 소비 지표가 양호한 수준으로 나오자 도로 0.25%포인트가 대세가 됐다. 그러다 전날엔 0.5%포인트 기대가 약간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에는 앞으로 몇 달간 두 가지 경로가 있다고 제시했다.
하나는 다음 달부터 0.25%포인트씩 몇차례 내린 뒤 내년 초 경제 상황에 따라 완급을 조절하는 경로다. 그러나 경기가 급격히 침체할 경우 0.5%포인트씩 낮춰서 현재 연 5.25∼5.5%인 금리 수준을 내년 봄에 3% 가까이 만들 수도 있다.
WSJ는 파월 의장이 이번에 선명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지나가면 9월 6일로 예정된 8월 고용 보고서 발표 후의 상황에 여유 있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많은 이들이 다음 달 0.25%포인트 인하는 준비가 돼 있지만 그 후에 얼마나 빨리 내려야 할지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의 닐 카시카리 총재는 “현재 통화 정책이 얼마나 긴축적인지가 매우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리치먼드 연은 톰 바킨 총재는 “너무 공격적으로 움직이거나 혹은 충분히 공격적이지 않아서 실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선 ‘왜 서두르냐’와 ‘왜 기다리냐’가 첨예하게 엇갈린다고 WSJ은 전했다.
일각에선 인플레이션이 다시 강화할까봐 우려하고 실업률이 과거에 비해 낮다는 점을 주장의 근거로 든다. 반면 다른 쪽에선 노동 시장 약화에 조처를 취하지 않는 것을 불안해한다.
굴스비 총재는 “일반적으로 실업률은 로켓처럼 올랐다가 깃털처럼 내려간다”며 “고용이 냉각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웰스 파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이 브라이슨은 “갑작스러운 충격이나 부진한 경제지표가 연잇는 경우가 아니면 FOMC에서 금리 방향을 더 빨리 움직이는 합의가 이뤄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WSJ은 “향후 수 개월이 미국 경제에서 결정적인 시기이며, 파월 의장이 경기 연착륙에 성공하면 ‘명예의 전당’에 올라갈 수 있다”며 “그는 경기 경착륙 걱정으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김칫국부터 마신 일이 될까 봐 ‘연착륙’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에둘러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한편, 파월 의장이 이번 연설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 관련 위험에 관해 정확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제 경제 부문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아담 포센 소장은 FT 기고문에서 “파월 의장이 연설에서 두 대선 후보의 공약이 모두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으며, 선거 결과에 따라 통화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