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바꿀 수 있다”…트랜스젠더 탈퇴시킨 호주 여성앱 패소

록산느 티클이 23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연방법원을 나오는 모습.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호주 법원이 트랜스젠더 여성 회원 자격을 박탈한 여성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에 성차별 금지법을 위반했다며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4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전날 호주 연방법원은 여성 전용 앱 ‘기글 포 걸스(기글)’가 성차별 금지법을 위반해 불공정하게 트랜스젠더 여성 록산느 티클의 회원 자격을 박탈했다며 티클에게 1만호주달러(약 9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로버트 브롬위치 판사는 “현대 통상적인 의미에서 성별은 변경이 가능하다”며 성별은 출생 시 변경할 수 없는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는 또 성 정체성 때문에 회원 자격이 박탈됐다는 티클의 주장엔 “입증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충분히 여성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원 자격이 박탈됐기 때문에 간접 차별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에 마나쉬 대학교 폴라 거버 법학 교수는 이번 판결이 외모로 성별을 판단하는 것은 성차별 금지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호주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큰 승리”라고 말했다.

2021년 2월 티클은 여성들이 자기 경험을 공유하는 여성 전용 앱 기글을 다운받았다. 티클은 회원가입을 위해 자기 사진을 올렸고, 인공지능(AI)은 그를 여성이라고 판단해 가입을 승인했다.

하지만 그해 9월 기글은 여장 남자를 적발하겠다며 가입자들을 일일이 점검했고, 이 과정에서 티클 사진을 보곤 남성이라고 판단해 회원 자격을 박탈했다.

이에 티클은 기글 측을 상대로 총 20만호주달러(약 1억8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성차별 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란 주장이었다.

이에 기글 측은 약관에 16세 이상 ‘여성’만 가입할 수 있다고 적어놨고, 여기서 여성이란 법적이 아닌 생물학적 개념이라며 티클을 여성이라고 볼 수 없어 탈퇴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에 티클은 “트랜스젠더들에게 스스로를 위해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번 일로 트랜스젠더와 성별 다양성을 지닌 사람들이 치유되길 바란다”며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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