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서 후티 공격받은 그리스 유조선에 화재…”표류하는 듯”

23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이 공개한 영상. 영상에는 그리스 선적 유조선 수니온(Sounion)의 선박이 불타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홍해에서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을 받은 유조선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영국 해군 해사무역기구(UKMTO)가 23일(현지시간) 밝혔다.

UKMTO는 이날 주의 통보문에서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그리스 선적 유조선 수니온(Sounion)호에서 3건의 화재를 목격했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배가 표류 중인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전날 자신들이 수니온호를 공격했다고 말했던 후티 반군은 이날 선박에 불을 지르는 영상을 공개했다.

원유 15만t을 싣고 이라크에서 그리스로 가던 수니온호는 지난 21일 오전 3시께 예멘 항구도시 호데이다 인근 해상에서 소형 보트 2척의 총격을 받았다. 2시간여 후에는 미사일 또는 드론으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선박에 명중하면서, 선박은 동력을 상실했다.

수니온호의 선원 등 29명은 유럽연합(EU)의 ‘아스피데스(방패) 작전’에 참여한 프랑스 구축함이 하루 만에 구조됐다. 그러나 배가 해상에 버려지면서 기름 유출에 따른 환경 피해 우려가 제기됐다.

지부티 항구면세구역청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기름이 유출되면 인근 지역 해양 생태계에 재앙적인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역대 최대 선박 기름유출 사고는 지난 1979년 카리브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애틀랜틱 엠프레스호 충돌로, 당시 이 배에서는 28만7000톤의 원유가 바다로 쏟아져 나왔다.

수니온호는 그리스 아테네에 본부를 둔 선사 델타 탱커스 소속이다.

가자전쟁 발발 후 하마스에 대한 연대를 과시하며 홍해를 지나는 상선 80여척을 공격해온 후티 반군은 지금까지 이 선사의 선박을 3차례나 목표로 삼았다.

후티 반군 대변인인 야히야 사리는 이 유조선 선사인 델타 유조선이 팔레스타인 점령지 항구를 출입했기 때문에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델타 탱커스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배와 화물을 이동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보안상의 이유로 더 많은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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