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정부가 민간투자사업에 활력을 더하기 위해 공사비 상승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특례를 마련했다. 금융기관의 24조원대 대체투자 자금이 민자사업으로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기존 시설에 대한 개량·증설 등 새로운 방식의 사업 추진도 허용해 향후 5년간 30조원 수준의 민간투자 확대를 이끌어낸다.
기획재정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사비 상승·금융조달 문제 해결…민자사업 활력 제고=정부는 지난 30년간 사회기반시설의 효율적인 공급에 기여한 민자사업이 최근 악화한 사업여건과 불합리한 규제 등으로 활성화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이번 대책을 내놨다.
우선 지난 2021~2022년 공사비 상승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특례를 마련했다. 민자사업 공사비가 사업 초기에 산출되는 불변가격을 기준으로 한 탓에 인건비와 원자재비, 금융비용 등의 급격한 상승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수익형 민자사업(BTO)은 총사업비의 최대 4.4% 이내의 금액을 총사업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2021~2022년 건설투자 GDP디플레이터 상승률(16.4%)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7.6%) 차이의 50%를 총사업비에 반영하고, 이로 인한 총사업비 변경금액은 사용료·관리운영권 기간 등으로 조정한다. 단, 불변가격 기준시점이 2020년 12월 31일 이전이면서 현재 협약 체결 전인 사업만 인정한다.
임대형 민자사업(BTL)은 가격산출기준일과 고시일 사이 물가변동분의 50%를 인정해주는 특례를 마련했다. 대상은 2022년 12월 31일 이전에 고시돼 협약 체결된 사업 중 물가변동분을 반영하지 않은 사업이다.
아울러 민간이 자발적으로 자재비 변동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금융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사업시행자의 자재비 변동 위험 헤지 노력 의무도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에 명시한다.
24조원 이상의 금융기관 대체투자 자금이 민자사업으로 흘러갈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한다. ‘출자 전용 특별 인프라펀드’를 2000억원 규모로 신설하고, 만기없는 환매금지형 인프라펀드의 설립도 추진한다. 정부가 수요위험을 분담하는 사업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은행의 위험가중치를 400%에서 100%로 낮춰준다. 공공기관의 출자 활성화를 위해 출자 근거도 구체화한다.
공모 인프라펀드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한다. 차입한도를 자본금의 30%에서 100%로 확대하고, 연금저축계좌의 투자 대상에 공모상장 인프라펀드를 추가한다. 신용보증 공급 규모를 역대 최대 수준인 4조원까지 늘리고, 보증한도도 1조원에서 2조원으로 2배 확대한다.
자금재조달 이익공유 대상에서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 민자금융 회수시장 전용 거래시스템을 개설하는 등 회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한다.
▶불필요한 규제 대폭 완화…민간투자제도 혁신=정부는 민자사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민자사업으로 운영 중인 기존 시설에 대한 개량·증설을 허용하고, 개량운영형 민자사업의 관리운영권 설정기간을 최대 100년까지 연장한다. 소규모 생활 SOC 사업을 통합 추진하면 자기자본 의무 출자비율을 1%포인트 낮춰준다. ‘생활 SOC 사업 우대 집합자산 유동화회사보증’도 3000억원 규모로 신설한다.
다수의 사회기반시설 사업을 통합·연계하는 결합형 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해 주(主) 주무관청 지정 제도를 도입한다. 새로 발굴된 민자사업 대상시설을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에 일괄 상정·심의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도 도입한다. 유휴 국·공유지에 사업 제안을 할 수 있도록 ‘대상지 공모형 민자사업’도 신규 도입한다.
재정-민자사업 간 연계도 강화한다. 생활 SOC 등 필수 민자검토 대상시설 유형을 확대한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이라도 민자적격성 판단 기준을 만족하면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대심도 지하도로의 경우 대체도로가 있으면 공사원가 등을 고려해 사용료 상한 기준 예외에 포함한다. 부대사업 활성화를 위해 해당 유형을 17개에서 24개로 확대하고, 우대 보증도 신설한다.
아울러 ▷건설보조금 지급 주기(분기별→분기 또는 월별) 및 임대형 민자사업 수익률 조정 주기(5년→자율) 유연화 ▷환경사업 지방비 매칭 의무 폐지 ▷사회기반시설 취득세 감면(50%) 조항 일몰기한 3년 연장 ▷운영비 소액 증액에 대한 민투심 면제 등으로 원활한 사업 추진을 뒷받침한다.
김명중 기재부 재정성과심의관은 “이번 대책으로 향후 5년간 30조원 수준의 민간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번 대책의 차질없는 추진을 위해 하반기 중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사업 발굴부터 준공까지 단계별 추진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