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고려아연이 MBK 파트너스(이하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 시도와 관련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국내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반대하는 고려아연 노조의 파업과 핵심 기술인력의 이탈로 반도체 황산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게 고려아연 측의 설명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반도체용 황산을 포함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간 총 140만톤(2023년 기준)의 황산을 생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한다.
황산은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 표면의 이물질이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고순도 황산이 필요하다. 반도체 제조에서 초기와 후반 공정에서 필수 역할을 하는 게 고순도 황산이다.
고려아연 노조원 70여 명 지난달 19일 MBK 사무실이 들어선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공개매수를 반대하는 항의집회를 열었다. [고려아연 노조 제공] |
주요 반도체 생산 업체들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만큼 국내 황산 수요 역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 시도를 기점으로 자칫 반도체 황산 생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려아연 노조가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 시도를 ‘적대적 M&A’로 규정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자칫 2년 전 화물연대 총파업 때처럼 반도체 황산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고려아연 노조 70여 명은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MBK 본사 앞에서 공개매수를 반대하는 항의집회를 열고 “2000명의 고려아연 근로자는 우리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MBK와 영풍의 적대적, 악의적, 약탈적,공개매수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산제련소 핵심 기술인력 이탈 가능성도 점쳐진다.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과 핵심 기술인력들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MBK라는 투기 자본이 고려아연을 차지한다면 핵심 기술은 순식간에 해외로 빠져나가고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다. 이들이 경영권을 가져가면 전원 퇴사하겠다”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한편, 고려아연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MBK와 영풍의 주주 간 계약은 중대한 법적 하자가 있다”며 공개매수 철회를 촉구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정밀은 영풍의 장형진 고문과 사외이사 3인 그리고 이들과 공모한 MBK와 김광일 부회장에 대해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했으며, 검찰은 이를 특수부인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하고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이번 사건의 핵심은 영풍의 대표이사 2명이 중대재해로 모두 구속된 상태에서 사외이사들만으로 이뤄진 이사회가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위법하게 MBK와 주주 간 계약을 체결되도록 하도록 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제중(왼쪽 세 번째) 고려아연 부회장을 비롯해 고려아연 핵심기술진 20여 명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MBK의 적대적 M&A를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재근 기자 |
이 같은 계약을 통해 영풍과 영풍의 주주들은 손해를 보는 반면, MBK와 김광일 MBK 부회장은 이득을 취하게 되는 등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게 고려아연의 주장이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의 주식 가치는 최초 공개매수 가격 66만원 기준으로 무려 3조4774억원이며, 이번에 인상한 83만원을 적용하면 4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고려아연은 “특히, 영풍은 MBK와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면서, 콜옵션의 가격과 조건 등 영풍과 MBK 간 굴욕적이고, 일방적인 계약의 세부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며 “영풍의 주주인 영풍정밀을 비롯해 영풍정밀 경영진과 고려아연 경영진 등은 각종 가처분 신청과 민형사 고소 등 법적절차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현재 새롭게 진행한 법적 절차를 곧 상세히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