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보복 우려에 이란 경제 더 악화…증시·환율 하락

지난 2020년 6월 이란의 수도 테헤란시의 전경.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이스라엘이 이란에 대규모 보복을 예고하면서 서방의 장기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 경제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란 리얄화는 이스라엘에 탄도 미사일 공격을 시작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달러당 61만리얄에 거래됐으나 이달 21일 달러당 64만리얄로 가치가 약 5% 하락했다.

이란 증시 벤치마크인 테헤란주가지수(TEDPIX)는 같은 기간 213만1000포인트에서 200만7000포인트로 6% 가량 떨어졌다.

이란에 대한 각종 제재는 이미 이란 경제를 악화시킨 상황이다.

이란 영자 매체인 라디오파르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란의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떨어진 3.2%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의 경제 성장률을 3.3%로, 내년에는 3.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의 경제 성장 둔화 배경에는 석유 거래량이 감소한 영향이 있다. 지난 13일 런던에 근거지를 둔 이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달들어 10일 동안 이란의 하루 원유 수출량은 60만배럴로 감소했다. 최근 몇 달 동안 하루 평균 수출량이 140만배럴임을 감안할 때 급감한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의 제재는 이란 항공사를 직격했다. 이란 국적기 이란항공은 유럽연합(EU)이 이란의 러시아 미사일·드론 지원에 관여한 개인 7명과 이란항공, 마한항공을 포함한 법인 7곳을 제재 명단에 추가하면서 지난 15일 유럽 노선 운항을 모두 중단했다. 이로 인해 에미레이트 항공, 카타르 항공, 터키항공 등 외국 항공사들은 이란으로 향하는 항공을 이달 중단했고, 플라이두바이만 유일하게 남아있다.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한 여성은 FT에 “이란항공 항공편이 갑자기 취소된 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테헤란에 도착하는 데 3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란이 지난 1일 이스라엘에 미사일 180여 발을 발사하자 이스라엘이 대응 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경제 제재가 더해지면서 이란 경제는 더 큰 곤궁에 빠져들 위기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외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중동 지역 9개 국가를 방문한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튀르키예의 NTV 방송에 나와 이란의 핵 시설과 에너지 시설 공격하겠다는 이스라엘에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다만 이란이 경제 때문에 이스라엘과의 관계에서 변화를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이란의 정치 경제 전문 분석가인 사이드 라일라즈는 “이란 정부가 큰 변동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관리해 왔다”면서 “이란 경제는 정치적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익숙하기 대문에 기존 입장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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