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다저스 WS 우승 이끌고 신인상·사이영상 동시 석권
지난달까지 다저스 스페인어 해설가로 활동
지금은 거의 사라진 ‘마구’ 스크루볼을 앞세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풍미했던 페르난도 발렌수엘라가 세상을 떠났다.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구단은 발렌수엘라가 LA의 한 병원에서 63세를 일기로 22일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정확한 사인은 밝히지 않았다.
AP통신은 “발렌수엘라가 지난달 갑작스럽게 다저스 구단의 스페인어 해설자를 그만두고 이달 초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발렌수엘라는 1980년 다저스 소속으로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아 10경기에서 2승 1세이브를 수확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뒤 1981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1981년 그는 25경기에 선발 등판해 13승 7패 192⅓이닝 180탈삼진 평균자책점 2.48로 활약, 신인상과 사이영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파업으로 인해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그해 발렌수엘라는 선발 등판(25경기)과 완투(11경기), 완봉(8경기), 탈삼진까지 모두 리그 최다를 기록했다. 이후 다저스 주축 선수로 도약해 1983년부터 1987년까지 5년 연속 250이닝 이상 투구한 그는 혹사 때문에 서서히 기량이 꺾이기 시작했다.
결국 1990년을 끝으로 다저스에서 방출된 발렌수엘라는 캘리포니아 에인절스(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여러 팀을 전전하는 떠돌이로 지내다가 1997년 은퇴했다.
통산 성적은 453경기 173승 153패 2천74탈삼진 평균자책점 3.54다. 은퇴 이후 다저스와 잠시 멀어졌던 발렌수엘라는 2003년 구단 해설자로 복귀하면서 인연을 이어갔고, 다저스 구단은 지난해 발렌수엘라의 등번호 34번을 뒤늦게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발렌수엘라는 독특한 투구자세로 팔을 비틀어 던지는 스크루볼이 주 무기였다. 스크루볼은 왼손 투수가 던지면 오른손 타자의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공이라 오른손 타자로부터 삼진을 빼앗기 안성맞춤인 구종이다. 그러나 스크루볼은 부상 위험이 크고, 결정적으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서클 체인지업이 등장하면서 지금은 거의 구사하는 선수가 없다.
발렌수엘라는 다저스와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맞대결을 눈앞에 두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25일 다저 스타디움에서 시작하는 두 팀의 월드시리즈는 1981년 이후 43년 만에 성사된 대진표다.
발렌수엘라는 1981년 양키스와 월드시리즈에서 전적 2패로 밀리고 있던 3차전에 등판해 9이닝 4실점 완투승을 거둬 다저스의 4승 2패 역전 우승의 시작을 알린 바 있다.
스탠 카스텐 다저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발렌수엘라는 역대 가장 영향력 있는 다저스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1981년 활약으로 팬을 결집했고, 선수뿐만 아니라 방송인으로도 우리와 가까이 있었다. 너무 일찍 떠났다”고 추모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