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내고향’ 김정연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방송인·가수·MC·작가·늦둥이 엄마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김정연은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많다. 국민 안내양, 우리 집 금송아지 족집게 MC, 찰진 입담으로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고정 패널, 방청석을 울음 바다로 만들었다가 웃음 폭탄이 터지게 만드는 힐링 강연자, 노래를 찾는 사람 출신 제1호 트로트 가수,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 책을 내놓은 작가, 축제 무대 MC, 늦둥이 아들을 둔 엄마, 아들보다 철없는 남편 길들이기에 진심인 아내. 그런데 여기에 최근 홈쇼핑까지 진출했다. 오라는 곳 많아 하루 24시간을 25시간으로 살고 있는 김정연을 계속 도전하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국민 안내양은 내 운명

김정연에게 KBS ‘6시 내 고향’은 엄마 아빠가 계시는 친정이다. 매주 ‘고향 버스’를 부르며 시골길을 달리면 장터에서 시골마을 고샅에서 주름 자글자글한 ‘엄니’들이 "오매! 딸보다 더 반가운 국민 안내양이 왔네!"라며 덥석 손을 잡고 안 닳을 정도로 살갑게 문지른다.

김정연이 고향 버스를 탄 지 올해로 15년째다. 늦둥이 아들을 출산하느라 하차했다가 ‘시골길 따라 인생길 따라’ 시즌2를 시작했고, 코로나에 발이 묶였다가 시즌3로 탑승, 지난 4월 15일 ‘6시 내 고향’ 8,000회를 맞아 KBS 9시 뉴스 '앵커人' 밀착 취재 주인공으로 소개됐다.

2009년 처음 국민 안내양 유니폼을 입었을 당시 “평생 안내양 유니폼을 못 벗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녀는 고향 버스를 탄 지 3년 만에 군내(郡內) 버스를 가장 많이 탄 연예인으로 한국 기네스북에 기록됐고 아직 이 기록을 깬 사람이 없으니 국민 안내양은 김정연의 운명이자 무릎 아픈 것도 잊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다.

-시청자를 웃고 울게 만드는 '우리 집 금송아지' 족집게 MC

김정연은 고미술품, 민속문화 전문가와 함께 농촌 마을을 찾아 주민이 장롱과 곳간에 묵혀둔 소장품들을 매의 눈으로 찾아내 가치를 매겨주는 KBS ‘우리 집 금송아지’ 시청률을 올려놓는 MC다. 2023년 3월 10일 전주 KBS에서 첫 방송을 시작한 '우리 집 금송아지'는 방송 1년 5개월 만에 전국 방송으로 확대됐다. 시청률 고공 행진 덕분이다. 전 국민이 어디서나 시청하게 되면서 김정연의 찰진 입담이 출연자를 웃고 울게 만드는데 시청자도 저절로 감정이입이 된다. TV로 보는 민속학 사전이라는 말이 나오도록 만드는 김정연은 그야말로 시청자의 금송아지다.

-노찾사 출신 1호 트로트 가수

민중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은 저항의 상징이었다. 김정연은 ‘노찾사’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안치환의 '지리산'을 듣고 20대 초반 ‘노찾사’ 문을 두드렸다. 첫 해 오디션에 낙방하고 다음 해에 재도전해서 무대에 섰다.

‘노찾사’에서 중창, 싱얼롱 막간 가수, 연기 1인 3역을 해냈다. 1991년부터 1994년까지 노찾사 멤버로 활동한 그녀가 2008년 트로트 앨범 1집 ‘사랑하니까’를 내놓았고, 이후 4집까지 음반을 내면서 방송과 축제 무대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뛰었다. 대나무가 마디를 지어 그 마디를 딛고 쭉쭉 뻗어 오르듯 그녀는 스스로 성장의 마디를 짓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어엿한 출간 작가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 버스’

좋은 글은 말하는 것처럼 유려하게 흐른다. 말 잘하는 김정연은 절친에게 살아 온 내력을 이야기하듯 의미심장하면서 쉽고 간결한 문체로 채운 자서전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 버스’를 내놓았다. 김정연은 586세대다. 이 책에는 굴곡 많은 우리 현대사와 사람의 무늬, 노래의 결이 담겨 있다.

김정연 개인사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가 함께 건너온 시대의 이야기다. KBS ‘6시 내 고향’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진솔한 삶을 담았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출판 기념회를 서울 영등포 아트홀에서 어르신들 위한 무료 효 콘서트로 열었던 점도 그녀다운 도전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덕분에 다양한 책들이 독자의 손에 쥐어지는데 출판계 소식에 따르면 ‘뛰뛰빵빵 김정연의 인생 버스’도 역주행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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