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전 자진출석 기회줄듯…대통령실 등 압색 가능성도
대통령 구속시 ‘궐위’보다는 ‘사고’로 해석…권한대행 체제 유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10시23분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현직 대통령 초유의 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진데 이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긴급체포와 구속 등 강제수사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강제 수사의 방식을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는데, 추후 대통령 구속이 현실화될 경우 권한 행사에 해석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궐위’보다는 ‘사고’로 해석, 권한대행 체제로 가야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용현 영장발부시 탄핵정국속 강제수사 급물살=10일 법조계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3각 수사’가 벌어지는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특별수사본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모두 윤 대통령의 신병 확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검찰은 간밤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 윤 대통령과 공모해 내란을 일으킨 혐의가 있다고 적시하면서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의 정점으로 지목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오후 3시로 예정됐던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해 구속이 사실상 확정됐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역할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규정했다. 내란죄에서는 수괴(우두머리),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 부화수행(줏대 없이 다른 사람 주장에만 따라서 그가 하는 짓을 따라 행동함)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로 구분해 처벌한다. 김 전 장관에게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적용된 사실은 ‘윗선’이 따로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내란죄의 불법 책임이 윤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김 전 장관의 유일한 윗선이자 계엄령을 선포한 당사자인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형법 제87조는 내란죄 우두머리의 법정형으로 사형·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를 규정하고 있다. 내란죄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 사항으로, 원칙적으로 수사는 물론 기소와 처벌까지 가능하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금고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나 도주 우려가 있을 때 수사기관은 영장 없이 긴급체포를 할 수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매주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을 공언한 급박한 정국 속에서, 각 수사기관도 윤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앞당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단 소환조사 가능성…尹, 검찰 택할듯=다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긴급체포가 법적으로 가능하더라도, 대통령의 법적지위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김 전 장관 이하 군 관계자에 대한 조사도 소환 형태가 주를 이뤘으며, 대통령에 대해 소환없이 체포영장을 청구할 경우 기각 가능성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각 수사기관은 우선 소환이나 방문 조사를 통해 진술 확보에 나선 뒤 윤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할 경우 강제 수사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자진 출석방식으로 조사에 임할 선택의 기회가 있다면 검찰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박세현 특수본부장은 윤 대통령과 근무연이 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고교·대학 선후배 관계인 점이 부각되기도 했다.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가능성도 거론된다. 통상 수사기관은 청와대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대신 협의를 통한 임의제출 등을 통해 필요한 증거를 확보했다.
2017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 때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당시 청와대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제110조를 들어 압수수색을 거부했었다. 당시 특검의 수사팀장이 윤 대통령이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김 전 장관이 지난 8월까지 근무한 경호처가 집중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무실을 둔 한 변호사는 압수수색에 대해 “시기적으로 하루라도 조속히 실시해야 하지만, 각 수사기관이 정무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방식도 이전에는 소추되지 않는 범죄와 관련돼 압수수색 실익이 적어 임의제출 방식이었지만, 이번에는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압수수색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구속 시 권한대행 직무범위는?=강제수사의 결과로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나 하야없이 구속된다면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사고’ 상태로 해석해 권한대행 체제로 가야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헌법 제71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궐위 또는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 궐위나 사고의 개념을 명시한 법은 없다. 2016년 민주당 주도로 ‘대통령의 권한대행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법조계에서는 사망·사임·탄핵 등은 대통령이 없다는 의미의 ‘궐위’로, 탄핵 소추로 인한 직무정지·와병 등을 ‘사고’로 판단해왔다.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구속과 같은 초유의 사태에는 ‘사고’의 범위를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온전하게 직무 집행을 할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체포·구속된 상태로 국무회의 진행 등 사실상 국정을 운영할 수 없어 사고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통수권, 외교, 국방 등 국정 전반에 대한 대통령의 직무 집행은 한시도 공백이 있어서는 안된다. 체포·구속이 이뤄질 경우 구속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헌법·법률이 규정하는 절차에 따라 권한 대행이 이뤄지지 않으먼 안된다”며 “구속 중인 내란죄 피의자 대통령의 헌법적 책임을 묻는 탄핵 절차는 그와 상관없이 진행되야 한다”고 했다.
반면 정태호 경희대 법전원 교수는 “대통령의 경우에도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구속을 곧바로 사고 상태로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탄핵·사임없이 구속될 경우 법적인 문제를 최소화 하기 위해 국회가 곧바로 탄핵 소추를 의결한 뒤 권한대행 체제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이 되어 대통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 또한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으나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권한대행이 국가기본정책 변경, 개헌 발의 등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호·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