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혁 인스타그램 캡처]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난 3월 감동적인 은퇴사로 화제를 모았던 무명의 축구선수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을 ‘내란에 동조하는 사람’이라 비판하며 지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프로축구 K리그2 천안시티FC 골키퍼 출신 임민혁은 지난 9일 인스타그램에 “지식정보사이트 ‘나무위키’에 기재된 ‘제가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과 친하다’는 내용을 삭제해달라”고 밝혔다.
임민혁이 올린 나무위키 캡처 이미지에는 “(임민혁은)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과 같이 식사를 하고 국회 사무실에 방문할 만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적혀 있었다.
임민혁은 “자기 소신도 없이 권력을 위해 내란을 동조하는 사람과 친분이 있다는 것은 제 인생 치욕이다. 저는 그렇게 자랑스럽게 살지도 않았지만 적어도 부끄럽게 살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조정훈 당신과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찰나의 순간은 제 인생 치욕이자 모욕이자 수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당신의 팬이었던 ‘당신의 말’로 당신의 지지를 거두겠다”라며 “그 따위로 생각하니 기득권이 되고 엘리트가 되는 겁니다”라고 적었다.
조정훈 의원[연합] |
조 의원은 8년여의 정치활동 기간 여러 차례 당적을 바꾼 인물이다. 그는 2016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는 것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는데, 2020년 탈당 뒤 중도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시대전환을 창당했다. 그해 4월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으로 당적을 옮겨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의원으로서 첫발을 뗐고, 다시 원 소속정당인 시대전환으로 당적을 바꿨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시대전환이 국민의힘과 합당하면서 국민의힘 소속이 됐다. 당시 그는 “변한 건 조정훈이 아니라 민주당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인물도, 정치하는 방식도 딱 87년에 멈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라는 변을 남긴 바 있다. 이후 국민의힘 내에서 친윤계로 분류됐다. 이같은 행보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조 의원을 ‘기회주의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불참했다. 서울 마포구 조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도 ‘내란 공조범 영원한 부역자로 기록되리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 화환이 세워지는 등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10일 서울 마포구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 탄핵 표결 불참을 비난하는 근조화환이 배달돼 있다. [연합] |
현재 조 의원을 비판한 임민혁의 글은 삭제된 상태다. ‘조 의원과 친분이 있다’는 나무위키의 설명도 삭제됐다.
임민혁은 무명 선수였으나, 지난 3월 18년 축구 인생을 마감하며 발표한 은퇴사가 인간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임민혁은 은퇴사에서 “서른 즈음 되면 세상에는 간절히 원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게 있다는 것을 대충 안다”며 “포기하지 않고 끝내 쟁취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훌륭함만이 삶의 정답은 아니기에 한치의 미련 없이 떠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의 축구 인생은 완벽하지도 위대하지도 아주 훌륭하지도 않았지만, 정정당당하게 성실히 땀 흘려 노력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멋진 세계에서 멋진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내 삶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온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적었다.
그는 “저는 더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면서 새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며 “3·1일, 새로 시작하기 날짜도 딱 좋다. 여기저기 축하 만세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모두들 감사했고 잘 머물다 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