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시총 10% 넘게 줄어…감소액 기준 ‘-5.8조’ LG 최대
‘방산·금융·원전·대왕고래’ 尹정부 수혜주 중심 하락세 뚜렷
“불안 심리 여전…역사적 하단에도 추가 하락 가능성 상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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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기습적으로 발동한 지 1주일이 지났다. 이후 이어진 탄핵 표결 무산 등 불확실성의 장기화 여파로 국내 증시에 투자됐던 자본금이 떠나간 탓에, 이 기간에만 국내 10대 그룹사의 시가총액 합산액이 14조원 가까이 사라져 버렸다.
윤석열 정부 들어 탄력을 받았던 방위산업, 원전 섹터를 비롯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주가 부양책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 금융 섹터 등의 부진이 뚜렷했다. 이 영향으로 한화그룹의 경우 전체 시총의 10분의 1 이상이 증발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급작스러운 정치·경제적 리스크로 인한 주가 하락에 국내 주식에 투자했던 ‘동학개미(국내 주식 개인 소액 투자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 셈이다.
11일 헤럴드경제는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활용해 국내 10대 그룹사(삼성·SK·현대자동차·LG·포스코·롯데·한화·GS·HD현대·신세계)의 비상계엄 전후 시총 규모를 분석했다.
이 결과 비상계엄 선포 직전이던 지난 3일 종가 기준 1186조6823억원이던 10대 그룹 소속 111개 계열사의 시총 합산액은 전날 종가 기준으론 1173조1097억원으로 13조5726억원(1.1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 발(發) ‘코리아 엑소더스(한국 증시 대탈출)’ 사태의 유탄을 가장 크게 맞은 그룹사로는 재계 7위 한화그룹이 꼽힌다. 지난 3일 종가 기준으로 41조4219억원에 달했던 시총 합산액이 10일 종가 기준으로는 10.08%나 줄어든 37조2466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룹사 시총 중 10분의 1이 비상계엄 사태로 시작된 투자 심리 악화로 날아가 버린 셈이다.
시총 감소액 기준으로는 LG그룹(5조7904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LG·한화를 비롯해 삼성(4조1065억원), 현대차(2조8824억원), 포스코(2조2955억원) 등의 시총 감소액이 조(兆) 단위를 넘어섰다.
시총 감소율로 봤을 때는 한화그룹의 뒤를 이어 신세계(-6.19%, 재계 10위), 포스코(-4.76%, 5위), LG(-3.64%, 4위), 롯데(-3.43%, 6위), GS(-2.45%, 8위), 현대차(-2.16%, 3위), 삼성(-0.79%, 1위), HD현대(-0.08%, 9위) 순서로 따랐다.
SK그룹의 시총만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1주일간 10대 그룹사 중 유일하게 3.51%(6조7461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내 시총 최대주 SK하이닉스 주가가 ‘비상계엄 사태’ 속에서도 7.30%(15만8800→17만400원)나 오르면서 시가총액이 8조4448억원이나 늘어난 덕으로 분석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장기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탄핵 정국 속에서 시총 감소폭이 컸던 그룹 계열사들의 공통점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들의 수혜를 직간접적으로 받았다는 것이다.
시총 감소폭이 가장 컸던 한화그룹의 발목을 잡은 대표적인 섹터는 방산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한화엔진 등 한화그룹 내 대표적인 방산 계열사의 시총 감소율은 각각 14.03%(2조1651억원), 13.59%(5932억원), 7.83%(8273억원), 6.55%(868억원)에 달했다.
한화그룹 이외에 현대차그룹에서도 현대로템의 시총도 지난 1주간 14.18%(8295억원)나 빠졌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기 보단 장기적 목표를 갖고 방상 섹터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계엄 사태로 국가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면서 수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무기 체계 수출 계약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약화됐으며, 해외 수주에 기반해 상승세를 이어가던 방산 섹터가 당분간 주가 상승 탄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분 코스피는 전장보다 4.06포인트(0.17%) 내린 2,413.78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5.69포인트(0.24%) 내린 2,412.15로 출발했다. [연합] |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증시 부양책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 상실에 대한 우려로 최대 수혜주로 꼽히던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주의 약세도 두드러졌다.
한화손해보험(-7.15%, -374억원), 한화생명(-4.97%, -1173억원), 한화투자증권(-4.14%, -343억원) 등 금융 계열사의 부진이 한화그룹의 시총 감소세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삼성그룹 내에서도 삼성화재(-8.43%, -1조5871억원), 삼성생명(-5.72%, -1조2200억원), 삼성증권(-3.36%, -1429억원)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내 현대차증권(-4.26%, -105억원) 등의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했다.
건설 섹터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윤석열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기조 등 각종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극대화한 데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원전 관련 대내외적 사업이 불투명해진 탓이다. 삼성E&A(-4.91%), 삼성물산(-4.36%), 현대건설(-8.81%), GS건설(-8.93%), HD현대건설기계(-4.87%) 등이 찬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밖에도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대왕고래’ 가스전 시추 테마주로 꼽힌 포스코인터내셔널(-16.61%), GS글로벌(-11.02%) 등의 주가 낙폭도 컸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탓에 커진 경기 불안 심리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더 조이고, 한국 경제가 움츠러들 수 있다는 우려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사례도 있다. 유통·소비재 계열사를 거느린 신세계그룹(이마트 -8.83%, 신세계 -5.78%), 롯데그룹(롯데쇼핑 -4.79%, 롯데웰푸드 -4.10%, 롯데칠성 -3.41%) 등이 대표적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연이은 주가 하락세에 따른 ‘저평가’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계해야한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계엄령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의 지속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훌쩍 넘어서는 등 불안 심리가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전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43% 오른 2417.84로 지난 3일 이후 닷새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닥 지수도 닷새 만에 5.52% 급반등하며 전날 폭락분을 만회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다고는 해도 완벽하게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락바텀(Rock Bottom·최저점)에 근접할 정도로 시장이 하락한다는 것은 기업별 약세 요인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역사적 하단에 근접하더라도 추가로 낮아질 위험이 남아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