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예약 줄취소” 혹독한 탄핵發 ‘경제청구서’…지갑 닫고 물가 오른다

계엄과 탄핵, 경제에 미치는 부담 수준

8년 전 소비자심리 7년 9개월 만 최저치

환율, 3개월 만 월 평균 70원 이상 뛰어

정치 불확실성에 더 커진 내수·물가 우려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소비자심리가 7년 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 평균 환율은 3개월만에 76.53원 급등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동시에 위축시킨 셈이다. 최근 터진 계엄과 탄핵 정국도 비슷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한 음식점 12월 예약 달력이 비어 있다. 들어온 일부 예약도 취소돼 수정펜 흔적이 남아 있다. [연합]

 

예정된 소비자심리 위축…90초반대까지 내려갈듯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2016년 10월 102.7이었던 소비자심리지수(CBSI)는 11월(96.0)부터 본격적으로 악화하기 시작해 2017년 1월(93.3)까지 지속적으로 위축했다. 2009년 4월(94.1) 이후 7년 9개월만에 소비심리가 최악으로 얼어 붙은 것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여파였다. 10월 태블릿PC 보도로 고조된 분위기는 11월 “하야는 없다. 탄핵하라”는 청와대 발표에 폭발했고, 결국 12월 탄핵안 발의로 이어졌다. 이 시기 내수는 ‘먹고 마실 때가 아니다’란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급격하게 얼어 붙었다.

심리 위축은 실제 소비 감소로도 이어졌다. 2016년 4분기 서비스업생산지수는 0.4% 역성장했다. 서비스업생산지수는 대표적인 대면소비 지표다. 2분기(1.3%)와 3분기(0.7%), 두 분기 동안 연속 성장했던 대면소비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2016년 4분기 숙박및음식점업 생산은 3.7% 뒷걸음쳤다. 10월(-1.2%)를 시작으로 4분기 내내 단 한번도 성장하지 못했다. 심지어 연말 성수기인 12월에도 1.0% 역성장했다.

이번 계엄·탄핵 정국도 비슷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가를 중심으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송년회 등 연말 모임이 줄취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 경기엔 직접적 타격이 예상된다.

만약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정도로 소비심리가 위축된다면 11월 100.7로 ‘경기 낙관’ 기준선인 100을 간신히 넘긴 소비자심리지수는 90대 초반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朴탄핵 때보다 더 거센 고환율…또 다시 인플레 우려

환율은 더 거세게 오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인 2016년 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9월 주간거래종가 기준 1106.77원에서 12월 1183.30원으로 폭등했다. 3개월 만에 월 평균 환율이 76.53원 뛴 것이다. 2017년 1월에도 월 평균 1182.24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월 평균 환율은 2월(1143.36원)이 돼서야 1100원대 중반으로 내려왔다.

지금은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도 훨씬 높은 1430원대 수준에서 환율이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계엄군을 국회에 투입하자 환율은 4일 오전 12시 20분 1442.0원까지 뛰었다. 2022년 10월 25일(장중 고가 1444.2원)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뛰면 간신히 안정된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 최근 2년간 이어진 인플레이션으로 이미 가격 부담이 상당한데, 여기에서 또다시 물가 레벨이 뛰는 것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연합]

환율이 뛰면 간신히 안정된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 최근 2년간 이어진 인플레이션으로 이미 가격 부담이 상당한데, 여기에서 또다시 물가 레벨이 뛰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원/달러 환율변동이 실물경제 및 국내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전년동월 대비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0.3% 더 오른다. 현재 환율 상승폭이 9~10%인 점에 비춰보면 현재 이미 0.3%의 추가 물가 상승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는 수입물가는 이미 고환율 여파로 오르고 있다. 11월 수입물가지수(원화기준)는 전월대비 1.1% 올라 두달 연속 상승 기조를 나타냈다. 수입물가지수는 8월(-3.5%)과 9월(-2.6%) 두 달 연속 떨어졌다가 지난 10월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10월 수입물가 오름세는 환율 상승 여파로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인 2.2% 기록했는데, 11월 또 다시 올랐다. 12월 수입물가도 하향 안정되긴 어려울 예정이다. 계엄과 탄핵 정국 여파로 환율이 더 크게 뛰면서 상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일 한은을 방문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과 만나 “(환율이) 당분간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