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용기 SMR에 설치 예정
두산에너빌, 테라파워 주기기 제작
안전성 장점 등으로 고성장 예상
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주 캐머러시에 구축할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 ‘나트륨’ 조감도 [HD현대 제공] |
HD현대가 차세대 원자력 발전(이하 원전) 기술인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대표 SMR 기업인 테라파워가 발주한 핵심설비의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글로벌 SMR 시장이 향후 10조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HD현대는 물론 국내 대표 원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도 SMR 기술·생산능력 강화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HD현대는 테라파워로부터 원통형 원자로 용기 제작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20일 밝혔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SMR 개발사이다.
HD현대가 수주한 원자로 용기는 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주 캐머러시에 345㎿ 규모로 설치할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인 ‘나트륨’에 설치될 예정이다. 나트륨은 2030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SFR은 SMR의 한 종류이다. 고속 중성자를 핵분열시켜 발생한 열을 물이 아닌 액체 나트륨(소듐)으로 냉각해 전기를 생산한다. SMR 가운데 안전성과 기술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기존 원자로 대비 핵폐기물 용량이 20분의 1 수준으로 적다. HD현대가 제작할 원자로 용기는 고온 및 저압 상태의 냉각재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SFR 핵심설비 중 하나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최근 테라파워와 SMR 주기기 제작성 검토 등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계약으로 테라파워 초도호기 SMR 기자재의 제작 가능성 검토 및 설계 지원 용역을 수행한다. 내년부터는 ▷원자로 보호용기 ▷원자로 지지구조물 ▷노심동체구조물 등 주기기 3종에 대한 제작도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잇따른 SMR 설비 수주는 한국 기업의 원전 경쟁력을 인정받은 데 따른 결과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SMR은 기존 원전 대비 크기가 작음에도 높은 전력 효율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SMR의 잠재성을 눈여겨 본 HD현대, 두산은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 들었다.
HD현대는 2월부터 글로벌 원자력 기업들과 SMR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은 국제핵융합실험로와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의 주요 핵심설비인 진공 용기 개발 및 제작에 참여하면서 기술력을 쌓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3월 경남 창원에 SMR 전용 공장을 준공했다. 여의도 1.5배에 달하는 430만㎡ 면적에 쇳물 주조부터 원전 설비 완제품까지 일괄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안정성, 수용성 등 대형 원전 한계가 부각되는 만큼 글로벌 원전 시장은 SMR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은 전 세계 SMR 시장이 2022년 57억달러(8조원)에서 연평균 2.3% 성장해 2030년에는 68억달러(10조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HD현대와 두산은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 SMR 사업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연간 20기 규모의 SMR 제작 시설을 구축해 향후 5년간 약 62기의 SMR을 수주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첨단 제작 기술 확보, SMR 제작 기간을 기존 17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HD현대 관계자는 “SMR은 글로벌 탈탄소 흐름 속에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해온 노하우와 역량을 활용해 차세대 전력원으로 각광 받는 SMR 분야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BG 부사장은 “제작역량을 한층 고도화하고 신규 제작공장 건설도 추진해 글로벌 SMR 파운드리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