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대행의 대행’…헌재만 바라보는 與[이런정치]

尹 탄핵심판에 韓 탄핵심판까지
국회 표결 관련 의장에 권한쟁의
“탄핵소추안 심의·표결권을 침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가결 의결정족수에 대한 설명(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을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초유의 ‘대행의 대행’ 체제가 현실화됐다. 여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표결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곧장 헌법재판소로 달려갔다. 대행의 대행 체제를 맞닥뜨린 집권 여당으로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총리 탄핵심판을 각각 지켜봐야 하는 동시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으로 헌법재판소 판단을 구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였다.

국민의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7일 오후 곧바로 탄핵소추안 관련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청구인은 국민의힘 의원 108명, 피청구인은 우원식 국회의장이다. 우 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의 의결 정족수를 151명으로 정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결권이 침해받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청구 취지를 통해 국민의힘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위를 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탄핵소추안에 대해 대통령에 준하는 가중 탄핵정족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위헌적 해석”이라며 “이같은 행위는 청구인들의 탄핵소추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며 국민대표권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 의장이 의결정족수를 설명하자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다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후에도 보좌진들과 민주당을 향한 규탄을 이어가거나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속개하는 등 본회의에 상정된 41개 법안 표결에 모두 불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27일 국회 본청에서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이 국민의힘 규탄대회를 배경으로 한국 정치 혼란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은 한 총리의 탄핵 사유가 적절하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민주당이 밝힌 탄핵 사유는 ▷대통령과 그 배우자의 범죄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 거부 ▷윤석열의 비상계엄 관련 위헌·위법 행위와 내란 행위의 공모 또는 묵인과 방조 등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와 헌법 및 법률 위배 ▷내란 상설특검 임명절차 이행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다섯 가지다.

특히 한 총리의 탄핵소추안에 총리 본연의 업무 관련 사유와 대통령 권한대행 사유가 모두 담겨 있는 것을 두고 ‘대행의 대행’을 줄탄핵하기 위한 포석을 깔아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결국 민주당 말을 듣지 않으면 경제부총리 등 순서대로 탄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국무회의마저 마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국민의힘이 점점 더 궁지에 몰리는 상황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한 총리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한 총리 본인이 이를 스스로 받아들이면서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권한대행이 모두 탄핵심판을 받는 상황의 집권 여당이 됐기 때문이다. 국회 표결 절차에서 현재 보유 의석수만으로 힘을 쓸 수 없다는 점도 현실적 어려움이다.

국민의힘이 한 총리 탄핵소추안 관련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처분은 본안 판단 이전에 처분 등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정지하는 것으로 권한쟁의심판에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은 헌법재판소법 규정에 명시돼 있다.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권한쟁의 본안 결정이 선고될 때까지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의 탄핵 사유가 대단히 위중하고 명백한 잘못이 아니므로 가처분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민주당이 줄탄핵을 예고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한 권한대행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주지 않으면 국정이 마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가처분 판단을 하지 않고 바로 본안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