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손주 제발!” 할머니 호소에 오열한 손자 징역 19년 [세상&]

만취 상태로 할아버지 살해 혐의
손자, 유년 시절 폭행 등 일삼은 조부에 강한 불만
조모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손자”…선처 호소


서울 동부지법.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자택에서 할아버지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2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19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징역 24년을 구형한 바 있다. 피고인의 할머니는 첫 공판에서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며 “처벌을 적게 받기를 원한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이정형 부장판사)는 23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황모(24) 씨에게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사건 범행 이외에는 피고인이 폭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20년의 전자발찌 부착 명령 청구에 대해선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날 “중대 범죄로 어떤 범죄보다 비난 가능성이 크고, 피해자는 직계존속에 해당한다”며 “피해자를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하고 유족 또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유족도 선처를 바라고 있으며 피고인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존재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지난해 8월 6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 소재 다세대 주택에서 만취한 상태로 같이 살고 있는 할아버지(77)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황씨는 유년 시절부터 피해자가 자신을 폭행하고 할머니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할아버지에게 강한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사건 당시 자택에서 술을 마시다 누적된 분노를 참지 못하고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씨는 앞선 공판에서 “사건 당일 범죄를 저지를 의도는 없었다”며 “술을 마시고 통제력을 잃은 탓에 허망하게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평생 사죄하며 살아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할머니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짧지 않도록 판결해달라”고 말했다.

황씨의 할머니는 지난해 10월 열린 첫 공판에서 휠체어를 탄 채로 참석해 “(황씨가) 아직 어리고 순하고 착하다”며 “처벌을 적게 받기를 원한다.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피고인석에서 할머니의 발언을 듣고 있던 황씨는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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