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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한 재미동포 노예림. [사진=LPGA] |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재미한인동포 노예림(23)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파운더스컵(총상금 200만 달러)에서 고진영(29)을 4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노예림은 9일(미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브래든턴 컨트리클럽(파71·6465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경기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아 최종 합계 21언더파 263타로 이븐파에 그친 고진영을 4타 차로 따돌렸다.
지난 2020년 LPGA투어에 데뷔한 노예림은 이로써 데뷔 6년 차에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노예림은 경기 후 “지난 몇 년간 열심히 노력했지만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스스로 ‘2025년은 나의 해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는데 이에 걸맞는 좋은 출발이 됐다”며 “이번 우승은 저에게 너무 큰 의미가 있다. 올해 치를 나머지 경기에 큰 자신감을 갖고 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난 노예림은 아마추어 시절이던 2018년 여자 주니어 PGA 챔피언십, US 여자 주니어 챔피언십, 캐나다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아마추어 대회에서 네 차례 우승했으며 전미주니어골프협회(AJGA) 올해의 여자 선수로 뽑힌 기대주였다. 미국 현지에선 발음하기 쉬운 ‘예리미 노(Yealimi Noh)’로 불린다.
노예림은 175㎝의 장신에서 나오는 장타가 일품이다. 하지만 이번 우승 전까지 기대 만큼 성적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부친과 코치의 조언으로 ‘빗자루 퍼터’로 불리는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하면서 성적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지난 해 마지막 8경기에서 톱25를 벗어난 경우가 한번 밖에 없을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노예림은 빗자루 퍼터를 앞세워 버디 24개(보기 3개)를 잡아내는 만점 퍼팅을 뽐냈다.
최종라운드는 매치플레이를 방불케 했다. 1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노예림은 전반에 버디 3개를 잡은 고진영에 선두를 내주고 1타 차로 끌려갔다. 반전이 이뤄진 홀은 13번 홀(파4)이었다. 티샷을 웨이스트 에어리어로 보낸 노예림은 모래 위에서 두 번째 샷을 날렸으나 볼을 핀 2m에 붙인 뒤 버디로 연결시켰다. 반면 두 번째 샷을 벙커로 보낸 고진영은 3m 거리의 파 퍼트를 넣지 못해 ‘투샷 스윙’으로 단숨에 선두가 바뀌었다.
노예림은 여세를 몰아 14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내 두 홀 연속 보기를 범한 고진영을 3타 차로 앞서며 우승을 향해 질주했다. LPGA투어 입성후 준우승만 두 차례 기록중이던 노예림은 투어생활을 하면서 단단해져 생애 첫 우승을 앞두고도 흔들리지 않았고 마지막 네 홀을 파행진으로 마감하며 생애 첫 우승에 성공했다.
지난 주 개막전부터 이번 대회 3라운드까지 7라운드 연속 언더파 행진을 하던 고진영은 전반에 버디만 3개를 잡아 선두를 달렸으나 본격적인 우승 경쟁이 펼쳐진 후반 9홀에 보기만 3개를 쏟아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고진영은 경기 후 “13번 홀서 첫 보기를 했을 때 상처 받았다. 우승 여부를 떠나 아시안스윙을 시작하기 전까지 노보기 행진을 계속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시즌 출발이 좋아 보상받는 기분이다. 지난 몇 달간 정말 열심히 훈련했고 체력훈련도 빼먹지 않았다. 최근 2년 사이 가장 멀리치고 있다. 현장에서 응원해 주신 한국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14번 홀에서 1.5m 파 퍼트를 놓쳐 95홀 연속 노보기 행진을 마감했으며 16번 홀(파4)에선 그린 미스 후 3m 거리의 파 퍼트를 넣지 못했다. 이 대회에서 세 번이나 우승했던 고진영은 비록 시즌 첫 승에는 실패했으나 지난 주 개막전 공동 4위에 이어 2주 연속 톱5에 진입하는 좋은 출발을 했다.
전날 9언더파를 몰아쳐 새로운 코스레코드를 작성했던 메간 캉(미국)은 마지막 날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단독 3위에 올랐다. 임진희는 이븐파를 기록해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로 야마시타 미유(일본), 해나 그린(호주)과 함께 공동 4위에 자리했다.
홈 코스에서 경기를 치른 세계래킹 1위 넬리 코다(미국)는 버디와 보기 2개 씩을 주고받으며 제자리 걸음을 해 최종 합계 12언더파 272타로 셀린 부티에(프랑스), 가츠 미나미(일본)와 함께 공동 7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