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 맞지만 與 협조 안 해”
경영계 우려에도 “그래도 해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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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영등포구 삼프로TV 여의도 오픈스튜디오에서 진행자들과 방송 도중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공보국 제공] |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기업의 성장은 나라 경제 성장의 전부.”(2월 20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현장방문 발언)
“지금은 (부를)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사항이다.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얼어야 한다.”(1월 23일 신년 기자회견 발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이 오락가락이다. 최근 ‘기업 우선, 성장 중심’을 거듭 강조하더니, 정작 기업의 입장에서 ‘기업 부담, 규제 강화’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상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고 이르면 이번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경영 활동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기업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야당 의원들의 주도로 처리됐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법안소위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 등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24일 오후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우리가 안 움직이는 것 같아도 물밑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며칠 남지 않았다”면서 법사위 소위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상임위 전체회의 통과, 본회의 통과까지 문제없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여당은 물론 재계에선 이 대표가 ‘말따로 법따로’라고 비판한다. 최근 공개 발언을 통해 ‘기업 중심 경제 성장’을 거듭 강조하더니 정작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관철 의지를 강조하고 나섰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최근 ‘우클릭’ 행보의 기점으로 평가받는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했다. 또 지난 20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선 “기업의 성장 발전이 결국 그 나라 경제성장의 전부”라고도 했다. 이렇게 ‘친기업’ 행보를 이어오던 이 대표가 상법 개정 추진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여당도 곧장 비판에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반기업적인 법안으로 기업 현장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며 “시장경제는 보수의 핵심가치다. 이재명 대표가 정말 중도보수를 하고 싶다면 시장을 왜곡하는 악법부터 폐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수정당의 법안에 협조하고, 자신이 중도보수라고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하라”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일 발표한 ‘최근 경영권 분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상장사의 ‘소송 등의 제기·신청(경영권분쟁소송)’은 지난해 87개사·315건으로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작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87개사를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59개사(67.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비교적 소액으로도 경영권 공격이 가능하고, 지분구조가 단순한 경우 경영개입이 용이하며 분쟁 발생 시 대응 인력과 자금 등이 부족해 경영권 공격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고 했다.
경제계는 기업 경영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상법 개정보다는 실질적인 주주 권익 제고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를 비롯한 경제8단체는 지난 23일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 촉구를 위한 경제계 호소문’ 발표를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 상법 개정안이 기업과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소액주주 권익 보호가 자본시장법 개정 사항이라는 사실에는 공감하지만, 여당이 동참하지 않으니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인 법사위에서 상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삼프로tv’에서 “원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 맞다”면서 “많은 이해관계자, 특히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니 상장회사 대상으로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했는데, 여당이 상임위원장인 정무위원회가 담당 상임위라서, (여당은) 일단 안 하고 본다”라며 상법 개정의 책임을 돌렸다. 개정되는 상법이 소규모 가족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엔 “억울한 상황이 생기지 않는 단서조항을 넣어야 하는데 복잡하다. 그래도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상법 개정의 ‘당위’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