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와 마천지구 학교 부지 계약 맺어
학령 인구 감소로 학생 모집 고전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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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고 [학교 웹사이트]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 종로구 대학로를 100년 가까이 지켜온 터줏대감 격인 동성중·고교가 송파구로 이전을 추진한다.
학령 인구 감소와 구도심 공동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25일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에 따르면,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은 작년 12월 SH가 진행한 ‘송파구 마천지구 중고등학교 용지(약 2만3678㎡) 분양 선착순 수의계약’에 단독으로 접수했다. 이어 계약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지난달 매매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12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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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고. [학교 웹사이트] |
가톨릭학원이 운영 중인 교육기관은 가톨릭대, 동성중·고, 계성고(성북구), 계성초(서초구)가 있다. 이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학교는 동성중·고이며 이미 이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모교이기도 동성중·고는 1907년 개교해 올해로 118주년을 맞은 전통의 명문 사학이다. 1929년 중구 만리동에서 혜화동으로 신축, 이전한 뒤로 현재까지 이어왔다.
한국인 최초 추기경인 김수환 전 추기경은 동성고 제16회 졸업생이다. 장면 전 총리는 1947년 정계 진출 전까지 제 3대 동성고 교장을 지냈다. 만화가 고우영 화백, 영화배우 안성기 씨도 이 학교를 나왔다.
동성중·고는 최근 몇년 새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자율형사립고로 지정된 동성고는 학령인구 감소와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으로 인기가 줄어 2020·2021년 모집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2022년 결국 일반고로 전환됐다. 2000년대만 해도 한 학년이 400명에 달했는데, 지난해 신입생은200명 안팎에 그쳤다.
가톨릭학원이 이번에 사들인 부지는 송파파크데일 1단지와 2단지 사이 위치한 마천동 590번지 일대다. 애초 중·고교 신설 부지로 확보된 땅인데, 재개발 사업 지연 등으로 장기간 공터로 방치됐다.
SH는 이번에 공급가 약 1240억원을 20년 분할 납부, 10년 무이자 조건을 달아 가톨릭학원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동성중·고가 이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앞서 서울 성동구에 있던 덕수고는 2018년 이전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해 2022년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