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세아 등 업계 공동 대응
“수입산 90%가 中산, 국내 업계 동력 상실”
“중국산 컬러강판 대부분 건축법 규정 도금량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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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씨엠 부산공장 전경 [동국씨엠 제공]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동국제강그룹의 도금·컬러강판 전문회사 동국씨엠이 건축용 중국산 컬러강판·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AD)를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동국씨엠 관계자는 “저가형 중국산 도금·컬러강판 무분별한 유입이 국내 업체의 발전을 저해하며, 내수 시장 가격을 왜곡하는 것은 물론 기준 미달 제품으로 국민 주거 안전을 위협하는 점을 우려해 건축용 도금·컬러강판 국내 최대 생산자로 동종업계와 힘을 합쳐 제소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건축용 도금·컬러강판의 경우 저가재는 단색 샌드위치 패널로 공장·창고 등에, 고가재는 디자인과 기능을 갖춰 지붕·내벽·외벽·간판 등 건축 내외장재로 사용된다. 내수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연 280만톤 수준으로, 금액 환산 시 약 3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수입산이 100만톤을 차지하며 중국산 비중은 90%에 달한다.
국내 철강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도금·컬러강판 프리미엄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럭스틸’ 등이 대표적으로 동국씨엠·세아씨엠·KG스틸 등이 생산한다. 각 업체 모두 강판에 디자인과 기술을 접목해 색과 기능을 부여함으로 차별화 강점을 가질 것으로 판단해, 수년간의 투자를 거쳐 소품종 대량생산 위주 양산형 철강사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철강사로 성장하고 있다.
동국씨엠 측은 “글로벌 시장에서 타국 철강사와 경쟁하며 성장해야 할 프리미엄 도금·컬러강판 제조사의 터전인 내수 시장이 수입 중국산 도금·컬러강판 난립으로 다시 저가재 수준으로 퇴보하고 있다”며 “성장 동력을 차츰 잃어갈 수 있음을 우려해 무역 규제를 통한 시장 방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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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금·컬러강판 내수 수요 및 수입 물량·단가 표 [동국씨엠 제공] |
실제 중국산 건축용 도금·컬러강판 수입 물량은 최근 3년간 연 76만톤에서 연 102만톤까지 34.2% 증가했다. 단가 또한 톤당 952달러에서 730달러로 23.3% 낮아졌다.
저가 수입산 급증으로 작년 동국씨엠 내수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건축용 도금강판에서 84% 줄었고, 건축용 컬러강판에서 24% 급감했다.
동국씨엠은 세아씨엠 등 국내 동종 기업들과 세부 조율 과정을 거쳐 저가 중국산 도금·컬러강판에 대한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상반기부터 AD 제소의 실효적 규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제소 단계를 빠르게 추진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조사 개시가 예상되는 열연강판에 대해서 정부가 관세 부과 여부를 검토할 경우, 중국 내부에서 최소한의 도금·코팅 등 단순 후가공을 거쳐 도금·컬러강판류로 둔갑해 우회 수출하는 물량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생산 구조에 대한 거시 분석을 통한 전략적 통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최종 철강 제품부터 단계적 무역 규제를 적용함으로 주변국과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업계 동반 생존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국씨엠은 최근 3년간 약 270만톤이 국내에 유입된 중국산 컬러강판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유입 물량 대부분 제조원이 불분명한 데다 건축법 규정 도금량(90g/㎡)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60g/㎡)인 만큼 주거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