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동연·김영록 대권도전 채비
국회 접점 늘리며 의원에 ‘눈도장’
![]() |
여야 시도지사들의 발걸음이 서울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대권주자 여론조사에 이름을 올린 명실상부 잠룡들 뿐만 아니라, 중앙에서 멀어졌던 지방 맹주들까지 집무실을 떠나 연일 국회를 찾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이 가까워지면서 조기대선 가능성을 고려한 본격 채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보수 진영의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은 최근 여의도 방문이 부쩍 잦아진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12일 서울시·서울연구원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시작으로 국회와 접점을 부쩍 늘리고 있다. 오 시장은 전날(6일) 헌정회·민주화추진협의회가 국회도서관에서 개최한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 대토론회’에도 참석해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정이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든 간에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과 공과 과를 함께 나눠야 한다”는 발언을 내놨다. 오 시장은 이날 일정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주관으로 열리는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국회 대토론회’로 채웠다. 오는 11일에도 국회 무궁화포럼의 ‘핵 잠재력 확보를 위한 한미 안보협력 전략 토론회’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한다.
홍 시장은 지난달 19일 국회 인근에서 국민의힘 출입 기자들과 ‘번개 오찬’으로 여의도 활동을 본격 개시했다. 홍 시장은 앞서 “어차피 내가 다시 한번 대선에 나갈 거라는 것은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을 테니까”라며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혔는데, 5일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며 단식 농성을 벌였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을 ‘깜짝’ 방문했다. 홍 시장은 당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까지 그런 식으로 몰아내선 안 된다”고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를 강하게 비판했고, 정치 활동을 재개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서도 “당을 이렇게 망쳐놓고 양심이 있어야지”라고 했다.
이날 국회 토론회를 주최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인 유정복 시장도 개헌을 고리로 여의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유 시장은 지난 4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지방분권과 대통령 4년 중임제·양원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표한 직후, 조기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정치인 한 사람이고, 책임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여러 사안에 대해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답해 이목을 끌었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지난달 19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심판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는 것에 총력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해 존재감 키우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27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자유연대’ 창립 세미나에서 강연에 나섰는데, 2021년 부산시장 당선 후 첫 국회 강연이란 점에서 이례적인 행보로 읽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장 중에서는 김영록 전남지사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김 지사는 지난달 3일 국회에서 광주·전남 지역 언론인들과 만나 “결심을 사실 굳혔다. 이제 어떻게, 앞으로 어느 순간에 치고 나가느냐의 문제”라며 사실상 조기대선 출마 의사를 확인했다. 이후 같은 달 24일 ‘전라남도 국립의과대학 설립 국회 대토론회’에 참석했고, 이달 5일에는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에너지 기본소득 국회포럼’를 찾았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달 2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가진 식사자리에서 “지금 민주당으로 하여금 정부 교체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중앙정치권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지자체장들의 ‘여의도 출장’은 조기대선 가능성을 고려한 행보로 여겨지고 있지만, 셈법은 제각각이다. “대선이 만약 생기면 시장직을 사퇴한다(홍 시장)”며 조기대선 레이스를 위한 배수진을 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2027년 지방선거까지 고려한 ‘정치 체급 키우기’ 전략의 포석이다. 현행 선거법은 지자체장이 선거 30일 전 사퇴할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이번에 조기대선이 열릴 경우 경선 기간이 20여일에 그칠 것으로 보이면서 사퇴하지 않고도 경선에 도전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소속의 김태흠 충남지사의 조기대선 등판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지사는 앞서 “밀알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밀알이 되겠다”, “충청권의 이익을 누군가는 대변하고 극대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알려졌다. 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