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아들 잘 부탁” 말에 면접위원 바꾸고 월세까지 내줘

주진우 의원 김세환 전 사무총장 공소장 공개
김 전 총장, 아들 경력채용 면접위원 교체 지시
채용 뒤엔 아들 오피스텔 관사로 배정 의혹


김세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 사무총장. [김세환 페이스북 갈무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이번에 우리 아들이 응시하려고 하니 잘 부탁한다.”

아들 채용 비리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진 김세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아들 면접 전 인천시선관위 측에 건넨 말이다.

11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김 전 사무총장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사무총장은 2019년 11월 인천시선관위가 경력경쟁채용(경채)을 통해 공무원 채용에 나선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 인천시선관위 총무과장 A 씨에게 전화해 ‘인천시선관위 경채 계획이 어떻게 되느냐’ ‘공고문, 계획서가 있으면 보내 달라’ 등의 요청을 했다.

A 씨가 ‘공고문이 곧 인터넷에도 공고될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을 했지만, 김 전 사무총장은 재차 보내 달라고 요청해 응시원서와 자기소개서 양식 등을 결국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선관위는 같은 해 11월 18일 김 전 사무총장의 아들 김모 씨가 낸 응시원서를 보고 그가 김 전 사무총장의 아들인 것을 파악했다. 공정성을 위해 외부에서 면접위원을 선임할지를 두고 논의했던 인천시선관위는 최종적으로 중앙선관위 의견에 따라 내부 인사들로 면접위원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 시기 김 전 사무총장은 A 씨와 모임 자리에서 만나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인천시선관위 선거과장인 B 씨를 면접시험 위원으로 넣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A씨는 대신 자신이 면접위원에서 빠지겠다고 했다.

그해 12월에 진행된 면접 과정에서 B씨는 다른 면접 위원에게 “김씨에, 강화 출신에, 중앙선관위 직원이면 누구겠어”라며 지원자 김 모씨가 김 전 총장의 아들임을 알렸다. 검찰은 B씨의 이 말에 김 전 총장의 아들이 최종 합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강화군청 공무원이었던 김 전 총장의 아들은 결국 인천시선관위 경채에 최종 합격해 이듬해인 2020년 1월부터 인천시선관위 산하 강화군선관위에 임용됐다.

이후에도 김 전 총장 아들의 특혜는 계속됐다.

김 전 총장은 A씨에게 “아들이 강화에서 출퇴근하기 어렵다. 인천시에서 관사를 하나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지시했다. 당시 관사에서 빈자리가 없자 김 전 총장은 중앙선관위 시설과장에게 연락해 “인천선관위에 관사를 배정할 방법을 알아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아들 김 씨는 신규 관사 사용 승인이 나기도 전인 2020년 12월 25일 자신의 명의로 오피스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엔 ‘월세는 인천선관위에서 지급한다’는 특약 조항이 포함됐다. 사흘 뒤엔 인천선관위 관사 담당자에게 관사 배정을 요구했고 이튿날 오피스텔 명의를 인천선관위로 바꿔 다시 계약서를 작성했다.

주진우 의원은 “선관위 부정부패의 끝을 보여준 사례”라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비리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지난해 12월 3일 김 전 사무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와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사무총장의 첫 재판은 다음 달 7일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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