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 자매’ 최하영·송하 “‘단짝 친구’에서 최고의 음악 파트너로”[인터뷰]

최하영·송하 자매 첫 듀오 콘서트

오는 4월 30일 롯데콘서트홀 무대

“어릴 적부터 항상 꿈꿔오던 무대”

 

첼리스트 최하영(오른쪽),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 자매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집안엔 언제나 클래식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 차를 타고 다닐 때도, 잠이 들 때에도 늘 음악과 함께였다. ‘클래식 애호가’였던 엄마의 영향이다. 감수성이 남달랐던 둘째 최하영은 베토벤 ‘로망스’만 들으면 늘 눈물을 흘렸고, 언니들 덕에 ‘악기’가 장난감이 된 막내 최송하는 ‘모태 클덕(클래식 덕후)’으로 자랐다. 런던에서 활동 중인 최하임(29·바이올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2022)에서 우승한 최하영(27·첼로),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에서 4관왕을 한 최송하(25·바이올린)까지….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아 ‘음악가’를 꿈꾼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현악 자매’다.

“초등학교 땐 항상 장래 희망을 쓰라고 하잖아요. 어릴 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피겨 스케이팅도 하고 태권도도 하고 이것저것 배워 왔기에 꼭 음악가를 바라던 건 아니었어요.” (최하영)

그 시절 최하영은 선생님께 허락을 구한 뒤 ‘예술가’를 장래 희망으로 적었고, 최송하는 꽤나 진지하게 외교관과 바이올리니스트 사이를 오가며 고민했다. 그럴 때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작은 손에 쥐어진 이 악기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음악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다만 언젠가 직업을 바꾼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때는 “저널리스트나 셰프로서의 삶”도 꿈꾼다고 막내는 웃으며 말한다.

음악 안에서 함께 자라 자기 몫을 해내는 음악가로 성장한 두 사람이 마침내 내달 30일 한 무대에 선다. 둘째 최하영과 막내 최송하의 듀오 콘서트다. 한국에서의 ‘공식’ 듀오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하영이 올해 롯데콘서트홀의 상주 음악가인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되며 마련된 자리다.

듀오 연주를 앞두고 독일과 한국에 머무는 언니와 동생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어릴 적부터 항상 꿈꿔오던 무대”라며 “꿈을 이룬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듀오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 공연에 앞서 13~20일까지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매일 무대에 서는 투어를 이어간다.

첼리스트 최하영(오른쪽),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 자매 [롯데콘서트홀 제공]

 

단짝 친구에서 최고의 음악 파트너로 …“어떤 아이디어도 다 받아줘”

어릴 적엔 내내 서로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음악 자매’의 장점은 언제든 음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가까이 있고, 서로서로 잘 이해한다는 점이다. 막내 최송하는 “두 언니가 개척한 길을 따라가다 보니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지 더 잘 보였다”고 했다.

음악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아버지인 최호근 고려대 교수의 유학 시절, 독일 빌레펠트에서 태어난 두 사람은 초등학교 시절 취미처럼 악기를 다뤘다. 최하영은 일곱 살에 첼로를 시작했다. 하프를 겸했지만, 첼로의 낮은 음색이 주는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언니와 동생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지만 “바이올린은 단 한 번도 잡아본 적도 없다”고 한다. 아예 “선택사항에도 없었다”며 웃는다. 반면 최송하에겐 첼로라는 악기가 그랬다. “두 번 정도 레슨을 받은 뒤 바이올린으로 바꿨다”고 한다. “너무 무겁고 연주하기도 어려워서”다.

최하영이 기억하는 막내는 늘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그는 “언니들이 악기 하는 것을 보고 자라서인지 배움의 성장 속도가 정말 빨랐다”며 놀라워했다. 언니의 이야기에 최송하는 “어릴 땐 늘 언니들을 흉내내며 놀았던 것 같다. 큰 언니가 연주하는 바이올린곡을 듣고 자라 언니의 음악과 방법을 많이 따라갔고 궁금한 점이나 고민, 영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때 바로 달려가 물어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세 자매 중 유일한 ‘첼리스트’인 최하영의 소리는 가족에겐 ‘첼로의 표준’이 됐다.

첼리스트 최하영(왼쪽),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 자매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두 살 터울인 두 사람은 싸울 일도 없고, 언제 싸웠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각별하다. 자매가 함께 살았던 14년 6개월은 언니인 최하영의 나이를 기준으로 삼아도 인생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날 때부터 함께 한 두 사람은 언제나 ‘베스트 프렌드’였고, 이젠 좋은 ‘동료’이자 ‘음악적 동반자’로 서로의 소리에 귀를 맞댄다.

최하영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DVD로 지원할 때 막내 최송하가 피아노 반주를 맡아주기도 했다. 두 사람은 “듀오를 하기 위해선 음악적으로는 물론 인간적으로도 잘 맞는 것이 정말 중요한 요소”라며 “늘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지금 보니 잘 맞는 음악적 파트너”라고 했다. 오래도록 쌓인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 덕에 둘은 각자가 추구하는 음악적 이상을 마음껏 풀어낼 수 있게 됐다. 자매 듀오의 엄청난 무기다.

최하영은 “머릿속엔 늘 언니 동생 사이로만 존재했는데, 리허설을 하거나 무대에 설 땐 굉장히 좋은 음악 파트너로 느껴진다”며 “오래 같은 시간을 보내서인지, 유전자의 영향인지 즉흥적 아이디어에도 바로바로 반응해 무대에서도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동생도 언니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최송하는 언니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했다. 최송하는 “뭘 던져도 핑퐁처럼 걱정 없이 받아줘 항상 새롭게 연주할 수 있다”며 웃는다.

함께 하는 공연은 K-팝 그룹처럼 ‘따로 또 같이’ 무대를 선보인다. 1부에선 최하영의 솔로(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3번, 펜데레츠키 지그프리드 팜을 위한 카프리치오)가, 2부에선 자매의 듀오 무대가 기다린다. 두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악보를 들여다본 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코다이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주,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2중주다. “학창 시절 캠프에서의 음악 수업의 영향으로 민속 음악적 요소가 들어간 음악을 좋아해 짜게 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주하는 최하영의 첼로와 관객을 사로잡는 최송하의 바이올린이 어우러져 닮은 듯 다른 두 현악기의 색채를 뚜렷하게 들을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상상할 수 있는 현악기의 모든 테크닉과 소리를 들려드릴게요.” (최하영, 최송하)

쌍둥이처럼 닮은 자매…“끈기의 아이콘 최하영, 긍정의 아이콘 최송하”

피는 물보다 진하다. 많은 부분이 닮았고, 약간의 다른 점이 상반된 분위기를 만들었다. 쌍둥이처럼 닮은 외모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얼핏 보고는 헷갈리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웃을 때면 나타나는 초승달 눈매, 단단함이 스민 음성도 닮았다. ‘무대를 즐기고 좋아하는’ 담대함도 닮은꼴이다.

하지만 성격은 I(내향형, 최하영)과 E(외향형, 최송하)로 완전히 다르다. 다른 성향은 취미 생활에서 극명해진다. 최하영이 발레를 할 때 최송하는 권투를 한다. 언니가 도자를 빚을 때, 동생은 플라멩코를 배웠다. “뭔가에 도전하는 것이 취미”라고 할 정도로 최송하는 ‘취미 부자’다. 최근 몇 달 사이엔 세계 최정상 악단인 베를린필 오케스트라의 객원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것 역시 그에겐 새로운 도전 중 하나다.

최송하에게 둘째 언니는 ‘끈기와 노력의 아이콘’이다. 공부면 공부, 악기면 악기, 심지어 ‘종이접기’조차 목표가 생기면 엄청나게 노력해 이루고야 마는 다부진 언니다. 학업 성적도 뛰어나 전교 1등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최송하는 언니에 대해 “모든 것에 대한 기준이 높았고, 그런 언니를 보고 자라다 보니 그것이 표준인 줄 알았다”고 말한다.

첼리스트 최하영(오른쪽),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 자매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최하영에게 막내는 ‘긍정의 아이콘’이다. 그는 “송하의 가장 큰 장점은 굉장히 긍정적이고 주위 사람들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준다는 점”이라며 “송하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 역시 긍정적으로 달라져 음악가로도 한 사람으로도 본받고 싶다”고 했다. 언니의 칭찬에 최송하는 “가끔 텐션이 지나칠 때도 있다”며 웃는다.

음악을 대할 때도 자매는 영락없이 닮았다. 대담하면서도 섬세하고,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상상력이 강렬한 음표를 그린다. 사뿐히 경계를 밟아 새로운 땅에 발을 딛고, 자기만의 해석으로 관객을 설득한다. “하나의 곡이 쓰인 시대와 작곡가에 대해 온전히 이해한 뒤 체화해” 나오는 음악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두 사람이 그려가는 내일은 지금과 다르지 않다. 같은 악보, 같은 작곡가도 새롭게 다가서 새로운 음악으로 풀어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무대에 선 순간만큼은 오직 이 음악밖에 없다”는 마음과 함께다.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의 격언이다.

“늘 멈춰 있지 않고 발전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초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음악을 시작할 때의 그 마음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최하영)

“연주할수록 편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발전할 수 있는 무언가를 늘 찾고 싶어요. 어떤 상황이든, 어떤 환경이든 항상 제가 올라갈 수 있는 무대가 있고, 공부하고 싶은 곡이 남아있고, 그것을 들을 수 있는 관객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최송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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