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돌아온 매킬로이, 2R 백나인 ‘31타’ 반등…“정말 정말 많이 참았다”

매킬로이, 선두 로즈에 2타차 공동 3위
마스터스 톱5 반환점은 2018년 이후 처음
로즈, 이틀 연속 단독선두…디섐보 2위
셰플러 5위…임성재, 2타 줄여 공동 12위

로리 매킬로이가 12일(한국시간)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갤러리의 환호 속에 13번홀 그린으로 올라가며 활짝 웃고 있다. 매킬로이는 이 홀에서 이글을 성공시켰다. [UPI)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정말 정말 많이 참으려고 노력했다. 그 인내가 라운드 중반 이후 보상받은 것 같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지옥에서 천당으로 돌아왔다.

마스터스 첫날 더블보기 2개로 오거스타 악몽을 재현하는 듯 했던 매킬로이가 둘째날 완벽한 반등에 성공하며 다시 우승 경쟁에 뛰어 들었다. 잭 니클라우스와 게리 플레이어 등 전설들이 매킬로이를 우승후보로 꼽은 이유를 무결점 플레이로 스스로 입증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인 마스터스 우승에 11번째 도전하는 매킬로이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9회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하나와 버디 4개를 몰아쳐 6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1라운드 이븐파로 27위였던 매킬로이는 중간합계 6언더파 138타로 공동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틀 연속 단독선두 저스틴 로즈(잉글랜드·8언더파 136타)와는 불과 2타차이다.

매킬로이가 마스터스에서 톱5 성적으로 반환점을 돈 건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5개 대회에 출전해 2승을 거두며 어느 해보다 마스터스 우승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는 매킬로이는 그러나 전날 15번홀과 17번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내며 크게 낙담했다. 인터뷰도 없이 대회장을 떠난 매킬로이는 또한번 마스터스 우승과 멀어진 듯했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이날 13번 홀(파5)에서 솔잎 위에서 아이언으로 친 두번째 샷을 홀 3m에 붙여 이글을 낚았고, 전날 칩샷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적어낸 15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나쁜 기억을 떨쳐냈다.

특히 13번홀 이글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190야드를 남겨놓고 4번과 5번 아이언 중 고민했다는 그는 솔잎 위에서 친 샷은 스핀이 더 많이 걸린다는 걸 고려해 4번 아이언을 잡았고 이 선택은 그대로 적중했다. 5번 아이언이었다면 물에 빠졌을 확률이 높다. 매킬로이는 “세컨드샷에서는 약간 운도 따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매킬로이는 후반 9홀에서만 5타를 줄이는 맹타로 선두권 도약의 발판을 놨다. 매킬로이가 마스터스에서 치른 60라운드 중 백나인에서 31타를 친 건 이번이 세번째다. 이전에는 2015년 2라운드, 2009년 4라운드에서 이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매킬로이는 경기 후 기분좋게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어제 경기를 마치고 나가면서 일단 그 상황을 다 잊으려고 했다. 딸 포피가 잠들기 전에 가려고 서둘렀는데, 덕분에 골프 생각은 잊고 좋은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제도 경기력이 좋았다는 것을 스스로 상기했고, 두 홀의 실수가 이번 주 전체를 좌우하게 하지는 않으려고 했다”며 “정말 많이 참으려고 노력했고 인내심이 보상받은 느낌이다. 흐름을 잘 바꾼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또 전날 악몽의 출발이었던 15번홀(파5) 더블보기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린 뒤에서 친 칩샷이 그렇게 크게 튈 줄 몰랐다고 했다. 그는 “내가 그런 샷을 했다는 데 너무 놀랐고 좌절했다. 이 코스에선 평범한 상황에서도 순식간에 큰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시한번 한 샷, 한 샷 집중해야 한다는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마스터스 2라운드 8번홀 그린에서 엎드려 퍼트 라인을 살피는 저스틴 로즈 [AP]

44세 베테랑 로즈가 이틀 내내 단독선두를 놓지 않았다.

로즈는 이날 2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타를 줄이며 중간합계 8언더파 136타를 기록, 2위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 1타차 선두를 지켰다.

디펜딩 챔피언인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한 타를 줄이는 데 그쳐 1라운드 2위에서 공동 5위(5언더파 139타)로 내려왔다.

한국 선수 중엔 임성재가 2라운드에서 2타를 줄이며 공동 12위(3언더파 141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안병훈은 이날 1타를 줄여 공동 37위(1오버파 145타)에 올랐고, 2타를 잃은 김주형은 컷 기준인 2오버파 146타를 기록, 턱걸이로 3라운드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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