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기본은 국익 중심 실용외교”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스트롱맨’(강성 정치인)과 마주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적국과 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자국 중심의 거친 외교를 펼치고 있어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고, 미국과 갈등 관계에 놓인 시 주석과의 균형점도 찾아야 한다. 실용 외교 관점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단절된 관계도 물꼬를 틀지 주목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르면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나눌 전망이다. 통상 취임 직후 정상 간 통화는 첫 인사와 축하의 내용이 오가지만,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외교 관례를 깨고 협상 의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참모진은 경우의 수를 고려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통화 이후 곧바로 한미 정상회담 등 직접적인 대화를 위한 작업에도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2기 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과 안보와 경제를 모두 협상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게 됐다. 취임 5개월을 지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방국인 우리나라를 향해 무역 적자를 근거로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또한 ‘안보 무임승차론’을 내세워 방위비 분담 증액도 요구했다. 중국과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더 강한 견제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한다면 곧바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외교가에선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24~25일 네덜란드에서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날 수 있을지 주목한다. 다만 G7의 경우 우리나라는 초청장을 받아야 갈 수 있는데, 아직 초청장을 받지 못한 상태다. 나토 정상회의는 러-우 전쟁 발발 이후 인도-태평양 국가를 초청한 관례에 따라 이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백악관은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정상 간 관계 설정에 대해 ‘국익 중심’을 강조해 왔다. 특히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미국 통상 문제’를 지목하면서 “필요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랑이 밑이라도 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사람이 다 해결할 수 있다. 결국 쌍방에 득이 되는 길로 타협과 조정을 하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그간 보여온 정상 간 만남에서 초반부터 상대방을 강하게 밀어붙이거나 거친 언사로 불쾌감을 주는 등 ‘압박 전략’을 구사했는데, 이 대통령은 유연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에 “저도 만만하지 않다. 누가 일방적으로 득을 보고 누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외교가 아니다”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강대국이 하는 일종의 정치행태인데 잘 이겨내야 한다. 피할 수는 없지 않나. (대한민국) 대통령이 잠깐 접어주고 5200만명이 기를 펼 수 있다면 접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냉랭했던 시 주석과의 관계는 다소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오는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다음 개최국인 중국의 시 주석이 참석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APEC을 계기로 양 정상 간 접촉이 잦아질 수도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의 경우 ‘친중 이미지’가 약점으로 꼽혀온데다, 미국의 중국 견제 동참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우선순위에선 밀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미국과 종전 협상 추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대화를 재개하고 통상 등 경제 협력·교류의 문을 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혜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