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는 전주였다…숨 쉴틈 없는 역대급 피날레 ‘오징어 게임’ 시즌3

27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3 공개

숨바꼭질·줄넘기, 다시 돌아온 추억의 게임

‘인간성 존재’ 둘러싼 기훈 vs 프론트맨의 대결

‘456번’ 기훈과 참가자들 운명이 관전포인트

 

[넷플릭스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오징어 게임’ 시즌3이 27일 베일을 벗었다. 4년간 이어져 온 시리즈의 마침표다. 비영어권 최초 에미상 수상,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자 수 등 한국 콘텐츠 역사의 신기원을 쓰며 지난 4년여를 달려 온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시즌3은 게임을 무너뜨리겠다며 다시 게임의 참가자로 돌아온 기훈(이정재 분)이 결국 반란에 실패하는 시즌2의 마지막에서 시작한다.

“왜 날 안 죽였어. 왜 나만 살려 준 거야”

반란을 주도한 기훈은 살아남았고, 그의 뜻을 따라준 이들은 목숨을 잃었다.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사라진 희망에 대한 절망감이 기훈을 짓누른다. 침대에 묶인 수갑처럼, 깊은 좌절에 묶여버린 기훈은 모든 의지를 잃은 채 그저 주저앉는다. “알아요, 선생님이 우리를 살리려고 했다는 거”. 금자(강애심 분)의 말은 기훈의 텅 빈 초점 속에 묻혀버린다.

더 잔인해진 게임, 그리고 참가자들의 이야기

 

[넷플릭스 제공]

상금을 향한 게임은 계속된다. 반란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이들에게 놓인 다음 게임은 ‘숨바꼭질’. 지금껏 그랬듯 게임은 즐거웠던 ‘추억의 게임’을 이번에도 잔인하게 비틀어낸다. 참가자들을 파란색, 빨간색 팀으로 나뉜다. 파란색 참가자는 게임장에 숨어 30분을 버티거나 출구를 찾아 탈출하고, 빨간색 참가자는 30분 내로 파란색 참가자를 찾아 죽이면 통과다. 숨바꼭질이자, 도둑과 경찰이자, 탈출게임이다.

참가자들은 또 한 번 선택의 기회를 얻는다. 합의 하에 조끼의 색을 바꿀 수 있게 한 것. “내가 꼭 찾아서 지켜줄게”. 엄마 금자와 아들 용식(양동근 분), 그리고 만삭의 준희(조유리 분)와 그 아이의 아빠인 명기(임시완 분). 게임에 참여한 ‘가족’들은 서로의 조끼를 바꿔입는다.

시즌1~2의 전개가 기훈의 시선을 따라갔다면, 시즌3은 참가자 개개인을 선택과 행동에 더욱 집중한다.자신을 지키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다른 길을 선택한 가족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별 그림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미로 같은 골목을 누비며 참가자들은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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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이 줄곧 가져온 인간성 상실에 대한 문제의식은 게임의 시작과 함께 이번에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돈을 위해 ‘자발적’으로 게임에 들어온 참가자들은 생명의 무게가 한없이 가벼워진 게임의 타성에 젖는다. 이들은 다른 참가자를 쫓아가 몸에 칼을 찔러 넣고, 상금 액수를 늘리기 위해 필요 없는 살인까지 한다. 지켜야 할 것 중 가장 하찮은 것이 인간성인 마냥, 골목 곳곳에서 터지는 절규는 막막한 절망감마저 느끼게 한다.

처절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란 꽃이 피어날 수 있듯, 그럼에도 누군가는 약자를 지킨다. 파란색 조끼를 입은 현주(박성훈 분)는 금자와 준희를 지키며 출구를 향해 나아간다. 준희는 배 속의 아이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무거운 걸음을 뗀다. 그리고 게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 준희는 현주의 보호와 금자의 도움으로 게임 중 배 속의 아이를 출산한다.

인간성의 부재 vs 회복과 존엄성의 대결

“갓난쟁이가 뭔 죄가 있어요. 지옥에서 태어난 것이 저 아이의 탓은 아니잖아요”

새 생명의 탄생은 게임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는다. 게임의 룰, 참가자들의 심리, 그리고 기훈까지. 준희의 아이가 태어나면서 기훈은 일어설 이유를,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초점을 잃고 바닥만 보고 있던 기훈은 결국 “준희와 아이를 지켜달라”는 금자의 진심 어린 부탁에 고개를 다시 든다. 모두가 누군가를 죽여서 상금을 타기 위한 게임을 할 때, 그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게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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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또 다른 누군가도 ‘지키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게임 밖 병정 노을(박규영 분)이다. 아픈 경석(이진욱 분)의 딸에게서 북한에 두고 온 자신의 아이가 겹쳐 보인 그는 ‘246번’ 참가자 경석을 구하려 고군분투한다. 노을은 반란 과정에서 총에 맞아 쓰러진 경석을 구하고, 그를 섬 밖으로 보내기 위해 부대장(박희순 분)을 협박한다.

다시 자리를 딛고 일어선 기훈 앞에 놓인 현실은 타락하고 오염된 지 오래다. 게임의 속행을 묻는 투표에서 “게임을 제발 멈춰 달라”는 금자의 애원 섞인 절규는 허공에 흩어지고 게임은 또 다시 계속된다.

그들 앞에 기다리는 다음 게임은 철수와 영희가 돌리는 줄을 넘으며 고공 위의 다리를 건너야하는 줄넘기. 기훈은 다리를 다친 준희를 대신해 아이를 메고 다리에 뛰어든다. 그것을 지켜보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얼굴에서는 알 수 없는 감정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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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시즌3는 게임의 존립을 걸고 기훈과 프론트맨의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병헌은 이달 초 제작발표회에서 “프론트맨과 기훈의 본격적인 대립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스토리”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그간의 예상을 비껴내며 총칼이 아닌 두 사람이 가진 신념 간의 대결을 그려낸다.

“아직도 인간을 믿냐”며 기훈에게 묻는 프론트맨. 그 앞에서 기훈은 인간성이 송두리째 사라진 게임의 한복판에서 여전히 인간성이 존재함을 증명한다. 게임은 계속되고, 손에 든 총은 사라졌다. 하지만 프론트맨이 갖고 있던 인간성 부재에 대한 단단한 믿음은 기훈의 앞에서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오징어 게임 다운, 오징어 게임만의 피날레

 

[넷플릭스 제공]

시즌3은 운명의 갈림길에 선 참가자들이 어떠한 선택을 하고, 먼 길을 달려온 기훈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각 참가자와 기훈, 그리고 게임 밖 노을과 준호(위하준 분)가 보여주는 이야기의 갈래는 ‘인간성’에 대한 질문으로 곧게 뻗어나간다.

금자와 준희, 현주와 기훈 등 참가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혹독한 현실에서도 결코 잃어서는 안되는 것이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극중 금자와 준희가 보여주는 모성애는 강렬하지만, 동시에 여성 캐릭터의 역할을 한정짓는 듯한 아쉬움은 있다.

시즌3은 시즌1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서사와 메시지를 남김없이 끌어안은 채, 가장 ‘오징어 게임’스러운 방식으로 게임을 이어가고 끝을 맺는다. 예고편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마지막 게임은 너무도 ‘오징어 게임’다워서 등장과 동시에 감탄마저 나오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게임 위에서 기훈이 VIP와 프론트맨을 향해 외치는 한마디는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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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혁 감독은 이달 초 제작발표회에서 “‘오징어 게임’ 속 기훈의 입을 통해 ‘과연 누가 이런 경쟁 체제를 만들었는지, 누가 우리의 삶을 하루하루 절벽 끝에 서 있게 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며 “누가 그런 시스템으로, 우리를 게임 안의 말처럼 만들고 있는가에 대해 한 번쯤 되돌아보고 질문을 던지고 싶은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시즌2와 시즌3는 함께 촬영하고 제작됐다. 시즌2가 호평보다 혹평이 많았던 터라, 시즌3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많았다. 황 감독은 새 시즌 공개를 앞두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즌2보다 시즌3이 낫다”라고 말했다. 시즌2의 반복이 될 줄 알았건만, 그건 설익은 걱정이었다. 황 감독은 그저 작품으로 자기 말을 증명해냈다.

결국 기훈은 프론트맨과의 대결에서 이기고, 잔혹한 게임은 끝낼 수 있을까. 오징어 게임의 피날레는 27일 넷플릭스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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