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가상자산거래’ 자율규제안 나온다

상장사 등 가상자산거래 허용 예정
‘자금세탁 예방’ 고객신원 확인 논의
은행권은 규제 일부수정 적용될 듯



하반기 상장사 등 일부 영리법인에 대한 가상자산 거래 허용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자율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자금세탁 예방 차원에서 법인에 대한 신원 확인 절차 방안이 핵심 사안으로 꼽힌다. 은행권에 대한 규제는 앞서 마련한 비영리법인 가이드라인 수준과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상장사 등의 가상자산 거래 허용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3분기 중 확정해 배포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은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왔다. 올해 초 당국은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부터는 비영리기관과 가상자산거래소의 매도 거래가 허용됐고, 하반기 중에 상장회사와 전문투자자 등록법인 등의 매매를 시범적으로 허용할 예정이다.

동시에 금융당국은 이해상충, 자금세탁방지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보안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거래소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거래가 급증하면서 관련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는 가상자산 매매가 개인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자금 유출이나 세탁 등 문제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앞으로 법인의 거래가 허용되면 그런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보완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영리법인의 경우 지난 5월 규제안을 마련했고, 하반기 상장사 등에 대한 거래 허용과 관련해서는 현재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을 맞춰 규제안을 만들고 있다.

핵심은 법인에 대한 고객신원 확인 절차다. 고객신원 확인절차란 고객이 누구이고, 거래의 목적이 무엇인지 등을 확인해 자금세탁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 지금까지 가상자산 거래 관련 고객신원 확인 절차는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해왔다. 향후 영리법인이 적극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에 뛰어들 때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 수위로 고객신원 확인 절차를 거칠지가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이 될 전망이다.

특히, 현금화를 목적으로 가상자산 매도만 가능한 비영리법인과 달리 영리법인은 투자 목적의 매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본인확인 절차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투자 목적의 가상자산 구매 시 내부 승인 절차, 리스크 관리 체계, 회계 처리 방안 등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영리법인의 경우 신원 확인 절차가 훨씬 까다롭다”며 “이걸 어떻게 법인에 적용할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경우 새 가이드라인에 따른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이드라인 논의에 은행권은 빠졌기 때문이다. 앞서 비영리법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는 은행권이 참여해 의견을 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따라서 새 가이드라인에서 은행권에 대한 규제는 앞서 만든 가이드라인을 일부 수정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영리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가이드라인을 보면 실명계정 발급 은행은 가상자산 매도대금이 실명계좌에서 출금되는 거래에 대해 자금원천과 거래목적을 확인·검증하도록 했다. 새 규제안은 매수와 관련한 내용이 추가되는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로드맵 발표에 따라 법인 계좌 개설을 살펴보고 있다”며 “고객이 최대한 편리한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한 법제화는 검토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련 법이 없기 때문에 자율규제 형태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도 “관련 내용들을 법으로 규정할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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