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사무공간의 재정의…유연성이 만드는 기업 생존 전략


한때 오피스 빌딩은 ‘가장 안전한 수익형 자산’으로 통했다. 고정 임차인을 확보하면 수년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 보장됐고, 일부 입지에서는 공실률 0%를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중소형 빌딩은 경기 둔화와 오피스 환경 변화로 공실률이 상승 중이다. 높은 금리, 금융 조달 악화로 매수자 확보가 어려워져 이른바 ‘잠긴 자산’으로 전락했다. 여기에 더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 업계에서는 번화가 1층 리테일 공실, 신축 꼬마빌딩의 공실 문제 역시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 일시적인 경기 요인을 넘어, 수요 자체가 변화한 탓에 이러한 공실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과거 5~10인 기업들이 꼬마빌딩 한 층을 임대했지만, 최근 공유오피스로 수요가 이동하며 노후 빌딩 공실을 키운다. 실제 공유오피스 입주사 이전 주소지에서 다수가 기존 중소형 빌딩에서 이탈했다. 특히 준공 10년 이상 된 중소형 빌딩은 임차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산가는 “빌딩은 있는데 임차인이 없다”, 임차인은 “입주하고 싶은 빌딩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구조적 미스매치가 심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창의성, 팀워크를 촉진할 공간의 힘이 필요하다. 이를 충족시킬 현실적 대안으로 공유오피스가 주목받고 있다. 공실 리스크가 커진 지금, 공유오피스 입점은 건물 가치 회복을 돕는 실질적 전략이자 자산가에겐 보험 장치로 작용한다.

공유오피스 입점은 단순히 임대료 수입 보전을 넘는다. 공용 공간 인테리어 개선, 인프라 업그레이드, 브랜드 가치 유입 등 빌딩 ‘리포지셔닝‘ 효과가 따르며, 이에 주목한 임대인과 공유오피스 운영사 간 전략적 협력 사례도 늘고 있다. 나아가 공유오피스 운영사가 건물 외관과 공용부 리모델링까지 직접 수주하는 경우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한 스타트업, 크리에이터, 소규모 기업 등 기존 오피스 시스템 밖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며, 이들을 유연하게 수용할 플랫폼으로서 공유오피스 위상도 높아졌다. 특히 30인 이하 기업에게 공간은 ‘어쩔 수 없는 고정비’가 아닌, 필요에 따라 조정 가능한 ‘변동비’로 인식되는 추세다. 공유오피스는 공간을 나누는 것을 넘어, 사무실 구축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 운영 인력, 보증금 등 고정비를 렌탈 방식으로 유연하게 전환하는 플랫폼이다. 실제 신규 입주 고객 40% 이상이 6개월 이하 단기 계약을 선택했다.

오피스는 이제 브랜드, 조직문화, 채용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다. 얼핏 보면 부동산은 건물이나 토지처럼 고정되고 무색무취한 자산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 속에 사회적·경제적·문화적 변화가 끊임없이 반영된다. 오피스 공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 100인 이상 중견기업조차 유연한 공유오피스를 선택하며, 공간을 비즈니스 전략의 일부로 활용한다. 어떤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가 공간에 스며들고 이는 공간 구성과 운영 형태를 바꾼다.

기업은 이제 공간을 장기 보유하기보다, 필요한 만큼, 필요한 기간만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자산가 입장에서도 공유오피스는 단기 수익 회복 수단이자, 건물의 활용성과 가치를 재구성하는 리모델링 대안이 된다. 경기 침체기, 자산은 흔들릴 수 있지만 전략은 남는다. 불확실성 짙은 지금, 공유오피스는 자산가의 손발이자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운영 도구가 된다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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