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 통과에 최선”
지도부도 공감…“조속히 논의되고 통과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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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국가폭력범죄를 통한 범죄수익 비자금 환수를 위한 간담회’ 모습. 박 의원(오른쪽 두 번째)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균택 의원실 제공] |
[헤럴드경제=안대용·양근혁 기자]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11일 열린 ‘국가폭력범죄를 통한 범죄수익 비자금 환수를 위한 간담회’에서 ‘독립몰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독립몰수제는 범죄 자체에 대한 유죄 판결과 별도로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당사자가 사망하거나 공소시효가 완성돼도 범죄수익 몰수를 가능하게 한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독립몰수제를 도입해 이를 바탕으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은닉 재산 등 국가폭력범죄와 연결된 비자금 환수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 한 여당 의원 주최 간담회에 여당 지도부도 공감을 표하며 힘을 실었다. 향후 정기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박 의원은 간담회 인사말을 통해 “독립몰수제를 도입해 부정축재 재산을 끝까지 몰수·환수함으로써 반인권적 국가범죄에 대한 정의실현을 해야 한다”며 “오늘 간담회를 계기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최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법안의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박 의원은 “제주 4·3에서부터 12·12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12·3 불법 비상계엄 등은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중대한 국가폭력범죄로 평가된다”며 “전두환·노태우 등 이러한 범죄를 자행한 자들은 반헌법적 폭력 행위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뒤, 직무상의 지위를 이용해 뇌물수수·횡령·배임 등 각종 불법 행위로 막대한 범죄수익을 축적했으며, 일부는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과 추징이 선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상당 금액을 환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가 비자금의 실체를 폭로하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녀 노소영 씨가 이혼 소송 과정에서 비자금의 존재를 드러냈음에도 현행법상 공소 제기 불가를 이유로 몰수나 추징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범죄수익이 상속·증여·유류분 반환 등을 통해 제3자에게 귀속된 경우, 검사가 ‘해당 자가 범죄수익임을 알았는지’ 여부를 입증해야만 추징이 가능해 실질적인 환수에 어려움이 크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 개정안은 전두환·노태우 등 반인권적 국가범죄를 범한 자와 그 상속인 등이 반인권적 국가범죄로 취득한 불법재산에 대해서는 독립해 몰수 및 추징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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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국가폭력범죄를 통한 범죄수익 비자금 환수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균택 의원실 제공] |
1979년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각각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 의혹이 제기된 후 수사와 재판을 거치면서 1997년 전 전 대통령에 대해 2205억원의 추징금이 확정됐다. 하지만 2021년 8월 기준 966억원이 미납으로 남아 있었고, 여전히 수백억원대 추징금이 미납 상태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2628억여원의 추징금이 확정됐는데, 노 전 대통령은 2013년 이를 완납했다. 하지만 완납한 추징금 외에 노 전 대통령이 조성했을 것으로 의혹이 제기된 나머지 비자금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혼사건 항소심 판결을 통해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가 가지고 있던 메모 등이 재판부 판단 근거가 된 사실이 알려진 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문제가 정치권에서 재소환됐다. 해당 메모에는 ‘선경 300억’ 외에 다른 금액들과 함께 ‘맡긴 돈 667억+90억’이라는 내용 등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에 제출됐던 또 다른 메모에도 ‘선경 300억’이라는 문구가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독립몰수제 도입 추진과 관련해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도 각각 간담회 축사를 통해 힘을 실었다. 정 대표는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입법, 정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던 지난해 10월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 비자금 환수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었다. 김 원내대표도 간담회 축사에서 “사망한 범죄자로부터도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독립몰수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관련 법안이 조속히 논의되고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야당에서도 독립몰수제 도입을 통한 비자금 환수 관련 법안이 이미 발의되기도 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9월 독립몰수제를 도입하면서, 몰수 대상물을 제3자가 상속·증여·유증받은 경우 해당 재산이 불법 비자금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몰수·추징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다.
이날 간담회 발제에 나선 박재평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독립몰수제도는 단지 과거의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않고, 불법 자산의 효과적 환수를 통해 국가폭력범죄에 대한 실질적 책임을 추궁하고, 정의로운 형사사법 질서를 확립하는 제도적 기반으로서 그 필요성과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형벌 중심의 종래 형사정책에서 탈피해, 범죄수익 환수와 피해 회복을 중시하는 미래 지향적 형사 패러다임의 정착을 위한 핵심 과제로 기능해야 한다”고도 했다.
토론에 참여한 허연식 5·18기념재단 전두환·노태우 신군부 비자금 부정축재재산 환수위원회 위원은 “철저한 과거청산과 청산 이후의 후속 조치들에 대한 제도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할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추징하고자 하는 반국가적 범죄에 터잡아 권력을 장악하고 그 권력을 이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한 재산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과거청산을 지금이라도 실현하겠다는 단호한 정부의 의지와 국회의 실질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전성환 법무부 국제형사과 검사는 “법무부는 2025년 1월 업무계획에 독립몰수제 도입 추진을 포함시켰을 뿐만 아니라 독립몰수제도 도입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자 법무부 장관의 주요 추진 사항 중 하나”라며 “독립몰수제 도입에 법무부도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