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배아 유전자검사 스타트업들
“실리콘밸리 부모들 지능에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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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 베이 지역(Bay Area)에 거주하는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부부는 시험관 아기(IVF) 시술을 받기로 하고, 체외수정 전 배아들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 아기가 알츠하이머나 암과 같은 가족력 질환을 갖고 태어날 까 우려되어서였으나, 지능지수(IQ)도 신경쓰였다.
부부는 배아들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자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차트를 만들어 각 특성을 중요도에 따라 순위를 매겼다. 알츠하이머, 조울증,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발병 위험도와 IQ 예측 점수 등이다. 부부는 각 배아에 대해 점수를 매겼고, 가장 높은 총점을 받았고 IQ 지수는 세번째로 높았던 배아(딸)을 이식하기로 결정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볼 법한 이러한 사례가 실제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고 있다.
WSJ는 “실리콘밸리 부모들이 IQ가 높은 배아를 선별하는 것을 포함해 배아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받기 위해 최대 5만 달러(6910만원)을 지불하고 있다”면서 실리콘밸리에서 퍼지고 있는 ‘똑똑한 아기 가려낳기 현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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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라사이트 갈무리] |
‘지노믹 프레딕션’, ‘뉴클리어스지노믹스’, ‘헤라사이트’ 등 스타트업들은 여러 배아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토대로 미래 IQ 예상치를 측정하고 부모가 시험관 시술에 사용할 배아를 선택하도록 지원한다.
서비스 비용은 6000달러(약 800만원)에서 5만 달러에 달하지만 베이 지역 내 수요는 상당한 수준이다.
누클리어스지노믹스의 창업자 키안 사데기는 “실리콘밸리는 IQ를 정말 좋아한다”며 미국 다른 지역보다 실리콘밸리 부모들이 자녀의 높은 지능에 더 집착한다고 전했다.
지노믹프레딕션의 공동 창립자 스티븐 쉬는 “순자산이 월등히 높은 사람들 또는 지능에 집착하는 이성주의자들이 IQ 예측 점수를 배아 선택 기준의 하나로 삼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 이용자 중 다산 운동을 벌이는 시몬·맬컴 콜린스 부부도 있다. 부부는 시험관 시술로 자녀 넷을 출산했는데, 헤라사이트를 통해 일부 배아에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시몬 콜린스는 “현재 임신 중인 태아도 암 발병 위험이 낮고, 매우 높은 지능을 보유할 가능성이 99%여서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는 할 수 있다’ 보다 ‘나는 할 것이다’가 더 중요하다”며 “유전자 검사로 투지, 야망, 호기심 같은 점수도 알 수 있으면 훨씬 더 흥미롭겠다”고 했다.
하버드 의대 통계유전학자 사샤 구세브 교수는 이 현상이 실리콘밸리의 능력주의 문화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들은 자신이 똑똑하고 성취를 이뤘으며 좋은 유전자를 보유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자녀들도 똑같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도구가 생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명윤리학자들은 우려를 제기했다. 행크 그릴리 스탠퍼드대 생명과학·법센터장은 “부자들이 슈퍼 유전자를 가진 계층을 형성해 모든 것을 차지하고 나머지를 노동자로 부린다는 건 과학소설 이야기”라며 “이게 공정한가”라고 반문했다.
배아 IQ 예측의 정확도도 한계가 있다. 예측 모델을 개발한 샤이 카르미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는 이 모델을 이용해도 평균 3~4점 정도 더 높은 점수를 얻을 뿐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천재가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경고했다. 구세브 교수는 “가장 높은 IQ를 가진 배아를 선택하는 것은 동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이 가장 높은 배아를 선택하는 것일 수 도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