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회 맞은 ‘아침마당’, “매력은 적당한 촌스러움”[서병기의 문화와 역사]

아침마당 제작진

[헤럴드경제=서병기선임기자]오전 8시 25분이면 “빠바 빠바 빠바” 하고 귀에 익은 시그널 뮤직과 함께 열리는 KBS 1TV ‘아침마당’이 1만회를 맞았다.

방송 프로그램이 1만회를 맞는 건 웬만해서는 어려운 일. 더구나 정권의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몇몇 KBS 사장들은 KBS의 장수 프로그램을 하나씩 없애기도 했던 상황에서 ‘아침마당’만은 살아남았다. 그만큼 서민성과 공영성이 강했던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침마당’은 1991년 5월 20일, ‘이계진의 아침마당’을 시작으로 34년간 매주 월~금 무려 1만회의 아침을 시청자와 함께 하며 수많은 이야기와 감동을 선사해왔다.

출연자들이 전한 수많은 웃음과 눈물로 우리 삶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게 하고 삶의 지혜와 공감을 전하는 방송이다. 그동안 이상벽, 손범수, 이금희, 김재원, 윤인구 등 쟁쟁한 MC들을 거쳐 현 엄지인-박철규 MC 체제까지 왔다.

전문가들도 출연하지만 주인공은 일상에서 만나는 선한 우리 이웃들이다.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요일별로 특화해 감동과 재미, 가치와 의미를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워낙 잘 자리잡았다.

‘아침마당’ 최고의 묘미는 생방송이다.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나와 생방송에서 자기를 표현하는 걸 보면 그야말로 ‘찐’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시대에 ‘아침마당’만큼 솔직하고 리얼한 콘텐츠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우리 이웃들이 전하는 진짜 이야기에는 삶의 페이소스(정서적 호소력)가 녹아있고 공감이 있다.

29일부터 3일까지 방송하는 1만회 특별기획 5부작의 제목이 모두 ‘시청자~’로 시작하는 것도 ‘아침마당’의 한결같은 지향점을 잘 말해준다.

최근 ‘아침마당’ 1만회를 기념해 제작진과 KBS에서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김대현 PD와 엄지인 박철규 아나운서, 가수 윤수현, 방송인 김혜영, 국악인 남상일 등이 참가했다.

남상일은 “모나지도 않고, 적당히 촌스러운 게 ‘아침마당’의 매력이다. 너무 세련되면 접근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렇다. ‘아침마당’ 첫 번째 얼굴인 이계진 아나운서가 구수하고 적당히 촌스러운 얼굴 아닌가. ‘아침마당’은 그 기조를 34년간이나 이어오고 있다.

현 남자 MC인 박철규 아나운서가 너무 잘 생겼기는 한데, 그래도 접근하기 쉬운(?) 친근한 남자다. 또 엄지인-박철규 현 MC체제는 추임새, 리액션의 제왕들이다.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아침마당

수요일 ‘도전 꿈의 무대’ 고정 패널인 김혜영은 “첫날 방송할 때의 떨림이 지금과 같다.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다. ‘도전 꿈의 무대’는 워낙 간절한 분들이 참여하는 무대다. 본인의 삶의 이야기를 하고, 노래 한곡을 공감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점수 투표를 받는 방식이다. 임영웅도 8번을 서서 5승을 했다. 처음부터 선택받은 게 아니다. 첫 1승은 박서진이 했다. 그런 것들로 인해 더 사랑받고, 삶이 진하게 밴 코너라고 자부한다”고 했다.

김혜영은 이어 “저에게 ‘아침마당’은 인생 교과서다. 교과서가 없는 학교 같다. 매주 다섯 분이 출연하는데, 저에겐 그들이 스승이기도 하다. 세상 사는 이야기를 늘 들려주는데 ‘옆사람 힘들게 하지 마라’ ‘최선 다해라’ ‘괜찮다’ ‘용기 내라’ ‘너는 잘하고있어’라며 위로와 용기를 저에게 준다”고 설명했다.

김혜영이 ‘도전 꿈의 무대’ 평을 하는 걸 보면, 삶의 진정성이 잘 묻어난다. 우리가 고민을 이야기하고 싶은 친구가 있고 그렇지 않은 친구가 있는데, 김혜영은 내 친구가 아닌데도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은,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매주 안울 때가 없을 정도로 정서적 교감도 잘하는 김혜영은 오랜 세월을 거쳐오는 동안 ‘아침마당’과 일체형이 되었다.

행복한 금요일, 쌍쌍파티의 MC로 활약하는 트롯 가수 윤수현은 “참 운이 좋은 것 같다. 1만 회를 함께할 수 있더 더욱 영광이다”면서 “아나운서 롤과 제 롤은 다르다. 제가 가진 에너지, 가수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잘 찾아 감초같이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윤수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행복해, 즐거워, 활기 차다는 점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김대현 PD는 윤수현이 에너지가 좋아 MC로 기용했다고 한다.

박철규 아나운서는 “내가 ‘아침마당’ 진행을 할 수 있을까? 입사때 ‘6시 내고향’을 해보고 싶었지만, ‘아침마당’은 꿈도 못꿨다. 저는 마당쇠다. 저는 잘 쓸고 손님들은 1시간을 즐기다 가신다”면서 “스타도 반응이 좋지만 우리 주위 소시민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얘기할 때 반응이 나오고 공감이 커졌다. 김혜영 씨가 그런 걸 잘 이끌어낸다. 그런 걸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게 ‘아침마당’의 할 일이다”고 설명했다.

엄지인 아나운서는 “진심으로 1만 회를 바라보며 한 회 한 회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남상일은 “‘아침마당’에 나오고 출연료가 달라졌다. 나는 애매한 순서였는데 오프닝 아니면 클로징을 장식하더라. ‘아마’는 제 성장과정과 같다. 가족이고 인생의 일기장 같은 거다”고 전했다.

김대현 PD는 “‘아침마당’은 사람들의 수만가지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에게 위로를 건네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들은 올드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꼼꼼히 보시면, 지금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60대가 가장 많이 보는 층인데, 타깃 시청자들을 조금씩 넓혀갈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김 PD는 “적게는 100만명, 많게는 180만명 정도가 ‘아침마당’을 보시고 있다. 명성을 어떻게 이어갈지도 부담을 느끼며 고민하고 있다. 도전 꿈의 무대는 왕중왕전을 계획중이고, 내년봄쯤에는 코너 개편 계획도 가지고 있다”면서 “AI, 디지털 시대라고 하지만,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이 함께 사는 가치를 어떻게 시청자와 나눌까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엄지인 아나운서는 “그걸 ‘아침마당의 정신’이라고 한다”고 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