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급한 불 꺼 다행…아직은 불안”

배터리·반도체·조선, 美사업 정상화 기대
“임시 방편에 불과…우려 여전” 목소리도
전용 비자 신설 등 근본적 제도 개선 필요


지난달 8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시민이 줄 서 있는 모습 [연합]


한미 양국이 전자여행허가(ESTA) 비자와 B-1(단기상용) 비자로도 미국 내 장비 설치·보수 등이 가능하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로써 지난달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건설 근로자 체포·구금 사태 이후 27일 만에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의 비자 문제가 급한 불은 끄게 됐다.

다만 이번 조치에도 우리 기업인의 불안감은 완전히 가시지 않아 대미 투자 활동이 이전처럼 원활히 진행되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재계는 한미 양국 정부가 ESTA 및 B-1 비자로 미국 내 장비 설치·점검·보수 활동이 가능하다고 재확인한 것에 대해 인력 파견의 부담을 덜었다고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정부의 신속한 지원에 감사하다”며 “이번 양국 합의에 따라 미국 내 공장 건설 및 운영 정상화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는 이번 합의로 일선 협력업체들의 업무 보폭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행 규정상 출장 시 ESTA와 B-1 비자를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상당수 업체들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ESTA를 통한 출장은 자제해왔다. 비자 문제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 양국 합의로 배터리 협력업체들은 이전보다 현지 인력 파견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4대 그룹 계열사인 배터리 3사 외에는 비자를 발급 받는 것이 어려웠다”며 “3사의 사업 파트너인 영세업체들이 현지에 인원을 보내는 것이 수월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배터리 설비나 장비 관련 협력사들은 ESTA 의존도가 높았다”며 “설비 건설에 이들의 역량이 꼭 필요한 만큼 현지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발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따라 향후 국내 대규모 인력 파견이 불가피한 조선업계도 일단 가슴을 쓸어 내리며 향후 논의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마스가가 구체화하면 미국 내 야드(조선 작업장) 확충 등이 필요하고 이때 국내 조선 인력들이 미국에 대거 파견돼야 한다”며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지만 비자 문제가 확실히 해결되면 조선사들도 인력 파견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우리 기업들이 대미 사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비자 문제를 전담할 데스크도 주한미국대사관에 설치하기로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 양국의 추가 협의 과정이 남아 있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전담데스크 설치 등 다양한 조치도 병행되는 만큼 출장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여건이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근로자 체포·구금 사태를 목도한 우리 기업인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조지아주 구금 사태로) 한번 데었는데 실제 B-1이나 ESTA 비자로 미국 현지에 일을 하러 가겠다고 손을 드는 사람이 있겠느냐”며 “현지에서 입국 거부를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주최로 열린 ‘비자 제도 세미나’에서 정만석 이민법인 대양 미국 변호사는 “ESTA나 B-1 비자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비자(E-4)를 신설하는 내용의 ‘한국동반자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동반자법은 매년 1만5000개의 비자를 한국 전문직 인력에게 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3년부터 미국 의회에서 꾸준히 발의됐지만 기간 만료로 번번이 폐기됐다.

김현일·김성우·한영대·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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