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가 클래식이라는 건 기적”…춤바람 난 열일곱살 서울국제음악제

10월 30일부터 11월 6일까지
제17회 서울국제음악제 개막

류재준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서울국제음악제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클래식 음악 축제가 ‘춤바람’이 났다. ‘불멸의 명곡’에 숨은 당대 최고 ‘히트 춤곡’을 찾아보는 재미가 덤으로 찾아올 축제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서울국제음악제(10월 30일~11월 6일)다.

1회부터 축제를 이끄는 류재준 음악감독은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즐거움과 행복, 힘을 얻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춤곡을 모았다”고 말했다. 올해 축제의 주제가 ‘춤’으로 정해진 이유다.

축제는 제목으로 삼은 ‘모차르트부터 탱고까지(from Mozart to Tango)’처럼 고전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서양 클래식 음악 속 춤곡을 찾아간다. 왈츠, 미뉴에트, 탱고, 독일과 러시아의 춤곡까지 만날 수 있다.

류 감독은 “탱고라는 음악이 20세기 우리의 정규 클래식 레퍼토리에 들어왔다는 것이 기적 같다”며 “탱고는 아르헨티나나 남미 쪽 술집에서 많이 연주된 춤곡이 클래식 음악의 한 축을 차지할 수 있는 유연성이 클래식 음악의 장점”이라고 했다.

개막공연이 바로 이번 축제의 제목을 집약한다. ‘춤과 호른’을 주제로 포문을 열 음악제는 모차르트의 ‘두 대의 호른, 바순과 현을 위한 디베르티멘토’, 하이든·로세티 ‘두 대의 호른을 위한 협주곡’,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가 이름을 올렸다. ‘탱고의 역사’는 작곡가 김홍걸이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했다.

류 감독은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과 같은 세계적인 결과를 낸 데에는 번역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며 “음악에서의 번역이 바로 편곡이다. 어떤 장소나 자리에 가서 그 공간과 연주 형태에 맞는 편곡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악기와 피아노, 플루트, 반도네온으로 연주되는 ‘탱고의 역사’는 이번 공연에선 풀 오케스트라로 선보인다. 류 감독은 “피아졸라는 작은 음악을 크게 뻥튀기하고, 스트라빈스키는 초대형 작품을 미니어처로 편곡했다”고 귀띔했다.

유럽 클래식 음악의 중심인 독일의 춤곡도 이름을 올렸다. 류 감독은 “음악은 시간 예술로, 그것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바로 리듬”이라며 “ 베토벤의 ‘육중주, 내림 마장조’, 멘델스존의 ‘현악 팔중주 내림 마장조’, 슈베르트의 ‘현악 오중주 다장조’는 당시 즐겁고 재미있는 춤곡이었다”고 설명했다. 세 곡은 개막 둘째 날인 31일 관객과 만난다.

류재준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서울국제음악제 제공]

러시아의 춤곡인 글린카의 ‘칠중주 내림 마장조’,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 ‘봄의 제전’, 차이콥스키의 ‘플로렌스의 추억’(11월 1일, 세종문화회관)도 기다린다.

류 감독은 “베토벤의 육중한 미뉴에트, 멘델스존의 우아한 귀족풍 댄스, 슈베르트의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민속적 리듬을 독일 춤곡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 춤곡에선 슬라브 민족 특유의 서정적이고 격정적인 문화를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왈츠의 역사’를 들여다볼 공연도 마련됐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드보르자크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마장조’,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다장조’(11월 2일, 예술의전당)를 골랐다. 또 거장 첼리스트 게리 호프만(11월 5일)의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SIMF오케스트라가 한·일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일본 현대음악의 거장 다케미쓰 도루의 비올라 협주곡 ‘가을의 현’을 연주하는 폐막 연주회(11월 6일)도 기다리고 있다.

류 감독은 “가장 좋은 예술은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것”이라며 “음악제에 온 관객들이 어떤 춤을 출지를 상상하면서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국제음악제(SIMF)는 국내 최정상 연주자로 구성된 SIMF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해마다 유수 음악가들을 초청한다. 다른 음악 페스티벌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열리는 수많은 축제가 ‘좋은 연주자 섭외’에 초점을 맞춘다.

류 감독은 “국적과 무관하게 어느 정도의 역량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가, 이들이 한국의 음악가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중요한 초청 요건으로 삼고이다”며 “한 번 무대에 서고 가는 축제가 아니라 지속적 기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시작한 축제는 3년 뒤 20주년을 맞는다. 국내 최정상 연주자들을 통해 ‘믿고 듣는’ 음악제를 만들고 있지만, 늘 예산 부족에 고충을 겪어 음악감독이 사비를 털어 운영할 때도 있었다.

류 감독은 “축제를 지속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예산과 관심”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와서 즐기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음악제와 음악의 본질적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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