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지난 5년간 11조 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모두 채무를 상환하는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공사는 6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실패로 사업 동력은 떨어진 상황에 처해있다. 매년 빚 돌려막기에 허덕이는 악순환을 타개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석유공사가 발행한 회사채는 총 23건이다. 규모로는 11조1234억 원에 달한다. 발행 사유는 모두 ‘만기도래 차입금 상환’이다.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탐사·개발 등 미래 수익 창출을 위한 투자·사업을 운영하는 용도로 사용한 사례는 전무하다. 빚을 갚기 위한 석유공사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매년 불어나고 있다. 2021년 1조4131억 원, 2022년 2조382억 원, 2023년 2조3209억 원, 2024년 3조870억 원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 6월을 기준으로 2조2642억 원을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지난 2020년부터 6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자산은 19조4094억 원, 부채는 20조4965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105%를 상회한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15조4000억 원을 넘어섰고, 차입금 의존도는 84.9%다. 과도한 부채로 인한 이자 비용 역시 불어나고 있어 영업 활동으로는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다. 2023년 4898억 원, 2024년 5660억 원, 올해는 상반기에만 3311억 원을 이자 비용으로 지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석유공사는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부채를 갚기 위해 신규 회사채를 찍어내는 빚 돌려막기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방안은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의 1차 시추에 실패하면서 막대한 부담을 안게 됐다. 석유공사는 올해 6월 기준 2016년부터 10년간 집행한 전체 탐사 사업 시추비 1895억3300만 원 중 57.5%에 달하는 1089억9700만 원을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사용했지만, 해당 사업의 회수율은 0%다. 해외사업 성과 역시 오랜 기간 저조한 상태다. 2009년부터 석유공사가 추진해 온 하베스트 사업은 한화 약 8조5000억 원에 달하는 62억500만 달러를 투자해 회수액이 3600만 달러(누적 회수율 0.58%)에 그친 대표적인 해외자원개발 실패 사례로 꼽힌다.
박 의원은 “석유공사가 빚을 갚지 못하고 단기 회사채 등으로 빚 돌려막기를 할 경우 부채 총액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공사채에 의존하는 시간 벌기식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있는 국회 산자위의 석유공사 대상 감사는 오는 20일 열린다. 양근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