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의회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AP]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이끄는 자유전진(LLA)이 의회 중간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미국이 조건부로 제시한 400억달러(약 57조3000억원) 지원이 현실로 다가왔다. 정치권을 필두로 미국 전역이 ‘왜 우리 세금을 털어 아르헨티나의 재정위기를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에 휩싸였다. 대부분, 심지어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층인 농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팽배하다.
아르헨티나 재정지원에 대한 비판이 가장 치열한 곳은 정치권, 특히 민주당이다. 미국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으로 공무원들이 급여도 못 받는 판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동맹(밀레이 대통령)을 구하느라 세금을 썼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최근 JP모건체이스와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에 경고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워런 의원은 “이번 구제금융은 미국의 외교 및 내정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월가가 납세자 자금으로 이익을 얻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200억달러 가량을 민간 은행에서 보증을 제공하는 구제금융 패키지에 참여하지 말라는 경고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불안정한 재정 상태와 담보 부족을 고려할 때, 은행이 200억달러 규모의 투자기금에 참여하는 것은 건전성 측면에서 우려된다”며 오는 31일까지 답변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인 조지아주의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도 “미국 국민이 고물가, 보험료 급등, 저축 없는 현실에 시달리고 있는데 400억달러나 되는 자금을 외국에 쏟아붓는 게 어떻게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냐”며 반발했다.
반발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층에서도 나왔다. 아르헨티나 지원을 위해 아르헨티나산 소고기 수입 쿼터를 기존 2만t에서 8만t으로 4배 확대하겠다고 한게 농민층의 분노를 불렀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농업이 주 산업인 주(州)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데릭 밴 오든(위스콘신) 하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아르헨티나산 소고기 수입은 미국 축산업을 위협할 것”이라며 “식량안보는 곧 국가안보”라 비판했다. 켄터키주의 랜드 폴 상원의원도 “올해 우리도 2조달러(약 2900조원) 부족하다(적자다)”라며 “아르헨티나는 우리와 대두 수출도 경쟁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세금으로 미국의 농산물 수출 경쟁국을 지원하는 것을 경계하는 발언이다.
이 외에도 아이오와 등 농업 주 출신 의원들은 “아르헨티나 농산물 지원이 오히려 미국 농업인을 해치고, 미 국민 세금을 남미 경쟁국에 쓰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더네이션 등 외신들도 미국에는 실익이 없고, 민간 기금에 참여해 보증을 제공한 월가 투자은행만 이익을 볼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미국인 중 48%가 아르헨티나 경제 원조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30%에 그쳤고, 22%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지지층 중 절반 가까이가 아르헨티나 원조에 반대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남미 내 ‘핵심 우군’으로 꼽히는 밀레이 대통령에 대한 전폭적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아르헨티나 경제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최대 400억달러 규모의 경제 지원을 조건으로 ‘여당 승리’를 내건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밀레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금융·재정 지원과 관련, “선거에 패배하면 아르헨티나를 돕기 어렵다”는 ‘외국 정치 개입성’ 언급을 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아르헨티나 선거에 개입한 이유로는 정치·이념적으로 가까운 밀레이 현 대통령을 지지해 남미에서 우호적인 정권을 확보하고 중국 등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의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