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제출 시점 기준 월 첫 날로 소급 적용
현대차·기아 관세 비용 3.8조원 절감 분석
러트닉 상무 “반도체 관세, 합의 일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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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친환경 차 수출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고 14일 밝혔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 부두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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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자동차 및 부품 품목 관세율이 15%로 인하되며 상호관세는 기존 합의대로 15%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우리 정부는 인하된 관세를 적용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11월 내 국회에 제출해 관세 인하 효력이 11월 1일자로 소급 적용되도록 추진할 전망이다.
30일 대통령실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29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미 투자와 관세 조정 패키지 협상을 마무리하고 곧 양국 간 서명이 담긴 양해각서(MOU) 형태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관세 인하의 효력 발생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합의는 단순 행정절차가 아닌 법 제정을 전제로 하는 만큼,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관세 인하가 소급 적용될 전망이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법안 이름이 뭐가 될지 모르지만, 대미 투자 펀드 기금이 하나 신설되고 그 기금이 정부보증채를 발행하고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담은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한미 간 협정은 법 통과가 아닌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관세 인하 시점이 소급 적용되도록 합의됐다”며 “11월에 법안을 제출하면 11월 1일자로 인하가 발효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 9월 4일 전략적 투자에 관한 MOU에 서명한 후 12일 만에 관세 인하를 관보에 게재했지만, 한국은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해 절차가 복잡하다. 정부는 산업부와 미 상무부 장관이 팩트시트에 공식 서명하는 즉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미국 측에 이를 통보해 관세 인하 시점을 확정할 계획이다.
관세 인하가 확정되면 자동차, 기계, 조선 기자재 등 미국으로 수출되는 주요 품목의 세율이 현행 25%에서 15%로 낮아지며,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총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투자 구조다. 한국은 당초 전체 투자액의 5% 이내만 현금으로 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해 현금 2000억달러(약 285조원)를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10년간 나눠 투자해 급격한 외환 유출 가능성은 차단했다.
나머지 1500억달러는 미국의 조선산업 부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을 다시 위대하게 )’에 별도로 할당된다. 한국 조선사가 프로젝트 기획과 수행을 맡고, 정부가 금융과 보증을 뒷받침하는 구조로, 한국 조선업의 대미 진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번 협상은 단순한 투자 확대가 아니라 한미 산업공급망을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시키는 구조적 합의”라며 “관세 인하와 투자, 기술협력이 동시에 작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 인하가 현실화되면 자동차 업계는 즉각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미국 수출 차량의 평균 판매가격이 낮아지고, 국내 생산 차량의 현지 조립비용 부담도 줄어든다. 증권가에선 현대차는 2조2000억원, 기아는 1조6000억원의 관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업계는 MASGA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해군과 상선 건조 협력 기회를 얻고, 향후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또, 대미 투자 펀드를 통해 반도체·의약품 등 첨단 산업 협력이 병행되면, 한미 간 기술동맹 강화 효과도 기대된다.
정부는 이번 합의의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 국회와 사전 협의 채널을 즉시 가동할 계획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관세 인하와 투자 이행은 동시에 굴러가야 하는 두 바퀴”라며 “법안이 늦어지면 관세 인하도 자동으로 순연되기 때문에 11월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관세 협상 타결로 한숨은 돌렸지만 매년 200억달러(약 28조원) 지출 부담으로 국내 외환시장과 산업에 충격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정치 상황에 따라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가운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30일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무역 합의를 소개하면서 “한국은 자기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하는 데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무역 성과를 국내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과장한 표현일 수 있으나 쌀·소고기를 포함한 농산물 시장에서 추가 개방을 막았다는 한국 정부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
러트닉 장관은 또 이번 합의로 한국산 제품에 적용될 관세율을 소개하면서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반도체의 경우 주된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러트닉 장관의 발언을 고려하면 반도체 관세는 앞으로 추진 과정에서 한국과 다시 협상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에 한미 양국이 이번 협상 결과를 담은 공식 문서에 서명할 때까지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의 세부 적용 방식을 두고 앞으로도 당분간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