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완전체 복귀 후가 더욱 더 중요해진 이유[서병기 연예톡톡]

뉴진스[연합]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집 나갔던 뉴진스 멤버들이 모두 돌아왔다.

뉴진스는 지난 3월 21일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독자 활동에 제동이 걸리자 일시적인 활동 중단을 선언한 후에도 “어도에에 대한 신뢰가 파탄됐다”면서 법적 다툼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10월 30일 1심 판결에서 “어도어가 전속계약상의 중요한 의무를 대부분 이행했다”고 판단을 내렸다.

지난 12일 ‘민희진 사단’인 해린과 혜인이 먼저 어도어로의 복귀를 알린데 이어 민지, 하니, 다니엘도 복귀 결정을 알렸다.

뉴진스가 이렇게 완전체 복귀를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법적인 압박때문으로 보인다. 뉴진스는 가만히 있다가는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만료일인 2029년 7월 1일까지는 독자적 활동을 할 수 없다. 거의 4년간 놀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6000여억(추정치)에 이르는 위약금도 물어야 할 판이다.

뉴진스가 처음에는 ‘그들의 엄마’격인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겸 총괄 프로듀서와 함께 어도어의 대주주인 하이브와 싸우면 이길 줄 알았다. 다섯 멤버들은 경영방식과 매니지먼트 전략에서 신뢰관계가 무너졌다며 2024년 11월 29일부로 전속계약이 자동해지된다고 통보한 상태였다.

민희진 프로듀서와 하이브 경영진의 싸움은 분위기상으로는 전자가 호소력이 강했는지는 몰라도 법리 다툼은 후자의 완승이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희진 프로듀서가 18%, 기타 경영진이 2%를 보유한 주식회사이기 때문이다. 주식회사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주식 지분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한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 자리는 대주주가 아닌 월급쟁이 사장일 뿐이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에 법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했다. 대표이사 자리 유지, 자신이 추천하는 사람을 이사진에 앉힐 것 등은 소주주가 대주주에게 강압적 요구를 하는 격이다. 월급 받는 대표이사와 총괄 프로듀서로서 연봉과 인센티브 인상을 요구할 수는 있다.

뉴진스

법원은 1심 판결에서 뉴진스가 주장한 11가지 계약해지 사유를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결과에 대한 항소 데드라인을 앞두고 뉴진스가 어도어로의 복귀를 선언한 것은 2심, 3심으로 가봐야 득이 될 게 없다는 ‘위기의식’을 뒤늦게 느끼고 실천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3심까지 가다보면 앞으로도 2~3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고 항소를 해도 못이긴다는 점은 법률전문가가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다.

음악시장에서 걸그룹은 가장 민감한 콘텐츠다. 시간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뉴진스가 4세대 걸그룹의 대표주자이지만, 세월을 이기는 걸그룹은 없다. 계속 젊고 차별화를 노리는 후배 걸그룹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2022년 8월 1일 데뷔한 뉴진스는 2023년 두 번째 EP ‘겟 업(Get Up)’으로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하고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는 무려 5곡을 올리는 등 급성장했다.

하지만 걸그룹은 이미지가 중요하다. 뉴진스는 한창 활동할 시기다. 법정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면 이미지에 결코 득이 되지 못한다. 민지가 법원 앞에서 “신뢰관계가 다 깨져버린 어도어에서 전속계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저희는 정말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라고 기자에게 말하는 장면은 특히 안타까웠다.

걸그룹 뉴진스가 민감한 콘텐츠인 만큼 팬심과 여론도 가변적이다. 팬들은 음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어도어로의 복귀라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 뉴진스의 활동 재개는 크게 반기겠지만, 팬들이 언제까지 지지하고 응원해줄지도 생각해야 한다. 여론도 피로감을 느끼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직 뉴진스와 어도어는 겉으로 물리적 봉합은 이뤘지만 화학적 결합을 한 상태는 아니다. 뉴진스의 이미지도 손상을 입었다.

뉴진스는 그들의 계약해지사유에 나와있는 요구사항들을 하이브의 어도어와 조정하고 타협해 서로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보강할 것은 보강해, 안정된 시스템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민희진 없는 뉴진스의 음악과 스타일이 이전과는 조금 달라질 지도 모른다. 앞으로 뉴진스의 향방은 그들의 진심과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태도와 그들이 내놓을 음악에 달려있다.

어도어 경영진은 재판에서는 이겼다 해도, 어느 한 쪽이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는 일을 할 수 없다. 그게 문화산업의 구조다. ‘갑’과 ‘을’ 구분 없이 서로 진솔한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나가면서 상생하는 길을 찾기를 바란다.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뉴진스가 또 한번 글로벌 무대에서 압도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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