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 네이버 자회사 됐다…‘20조’ 핀테크 공룡 탄생

네이버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빅딜이 이르면 오는 27일 발표될 전망이다. 사진은 이해진(왼쪽) 네이버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의장 [네이버·두나무 제공]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한국판 핀테크 빅딜’로 불리는 20조원 규모의 핀테크 ‘공룡’이 탄생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26일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으로 합병함에 따라, 디지털 금융 판도 변화를 가져올 ‘슈퍼 플랫폼’으로 거듭난다.

이번 빅딜은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플랫폼 생태계의 불확실성이 심화된 가운데,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복귀 반년 만에 던진 ‘승부수’다. 네이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선두에서 국내 디지털 금융 지형을 바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26일 합병안 의결…20조원 규모 ‘핀테크 공룡’ 탄생= 네이버는 이날 “네이버 이사회가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나무를 계열로 편입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같은 날,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이사회에서도 해당 건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합병안에 따라 네이버파이낸셜은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게 되고, 두나무는 네이버의 손자회사가 된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가치비율 1:3.06으로 포괄적 주식 교환을 진행한 이후,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에 대한 지분 17%에, 두나무의 송치형 회장, 김형년 부회장이 보유하게 되는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의 의결권(각각 19.5%, 10.0%)을 위임받는다. 이를 통해 총 46.5%의 의결권을 확보하며 네이버파이낸셜에 대한 지배적 지위를 유지한다.

앙사의 주식 교환 비율은 1대 2.54다. 두나무 1주를 네이버파이낸셜 2.54주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두나무의 기업가치를 약 15조원, 네이버파이낸셜의 가치를 약 5조원으로 추산하며, 양사의 주식 교환 비율이 약 1대 3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두나무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일부 보도에서 언급된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비율은 양사의 기업가치를 단순 비교한 ‘지분가치비율’”이라며 “두 회사의 발행 주식 수가 다르기 때문에, 실제 교환되는 비율은 단순 기업가치만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식교환비율이 양사의 발행 주식 수 차이를 반영한 비율로, 기업가치에 발행 주식수를 고려해 1주당 교환가액을 산정한 결과라는 것이다.

네이버와 두나무는 27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합병을 공식 발표한다. 특히 이해진 의장과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직접 참석해 향후 사업 계획 등의 청사진을 밝힌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 오경석 두나무 대표 등 핵심 경영진들도 참석한다.

이 자리에선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에 네이버파이낸셜의 간편결제망을 아우르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두 회사의 ‘큰 그림’이 공개된다.

▶ 미래 먹거리 위한 이 의장의 ‘승부수’…국내 디지털 금융시장 지형 바꾼다= ‘한국판 핀테크 빅딜’로 불리는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의 뒤에는 이해진 의장이 있었다. 이 의장이 향후 플랫폼 경쟁의 핵심을 ‘디지털 자산’으로 보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송 의장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것도 이 의장이다. 양사의 합병 논의도 지난 3월 이 의장이 네이버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며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합병 이후 양사는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 본격 구축, 핀테크 및 AI 유망 스타트업 대규모 투자 등 디지털 금융 시장 내 미래 먹거리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두나무가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을 네이버페이 기반 간편결제망에 탑재, 네이버 커머스 등과 결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AI, 전자상거래, 가상자산 분야를 아우른 초개인화된 디지털 통합자산관리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를 모두 아우른 기업은 흔치 않다.

네이버는 “두나무의 계열 편입 이후, 양사는 AI 및 검색 기술, 간편결제, 블록체인 기술 역량의 융합으로, 웹3 환경으로의 변화 속에서 선도적으로 글로벌 도전의 새로운 원동력을 갖추게 됐다”면서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의 기술 저변 확대, 인재 양성, 디지털 자산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를 높여나가는데 책임감 있는 역할을 다할 뿐 아니라, 글로벌에 진출해 K 핀테크의 저력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옛 전자계산기공학과) 86학번인 이 의장은 송 회장(98학번)과 10여년의 학번 차이가 나는 선후배 사이다. 대학시절부터 이어진 인연을 바탕으로 이 의장이 직접 송 회장과 두나무 인수 추진 논의를 했으며, 스테이블코인 사업 비전에 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네이버의 간편결제 자회사 네이버페이를 통해 두나무 자회사 ‘증권플러스 비상장’ 지분 70%를 686억 원에 인수한 것도 그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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