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다섯 에겐남들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고척돔 직관[서병기 연예톡톡]

플레이브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멤버 예준·노아·밤비·은호·하민)가 고척돔 단독 공연을 열었다. 지난 21일과 22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SKY DOME)에서 개최된 ‘대쉬: 퀀텀 리프 앙코르(2025 PLAVE Asia Tour DASH: Quantum Leap Encore)’ 공연에서 3만7000여명이 직관했다.

웬만한 아이돌 그룹도 고척돔 무대를 오르기 어려운데, 이틀 연속 고척돔을 가득 채운 플레이브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이번 공연은 선예매 티켓 오픈에서 약 53만 회의 최고 트래픽(호출 수)을 기록하며 준비된 2회차 좌석을 매진시켜 이미 그런 징후를 보였다.

특히 플레이브는 지난 8월에는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서울 첫 단독 콘서트로 3회 공연을 연 데 이어, 이번에는 한층 더 규모가 큰 고척 스카이돔에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입성하며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추워서 벌벌 떨던 홍대 버스팅에서 고척돔까지 단계를 밟아나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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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시작으로 타이베이, 홍콩, 자카르타, 방콕, 도쿄까지 6개 도시 여정을 마치고 3개월 만에 다시 서울로 돌아온 플레이브의 공연은 이날 화려한 피날레를 알리듯 더욱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필자는 이번 공연을 직관하며 거대한 플레이브 팬덤(플리)의 열기를 오롯히 느낄 수 있었다. 관객의 90% 정도가 여성이었다. 멤버 예준·노아·밤비·은호·하민은 잘 생겼기도 했지만 곱고 예쁘다. 순정만화속에서 나온듯하다. 하지만 그냥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아니다.

실제 멤버가 모션 캡처 슈트와 헬맷을 착용하고 관성 측정 장치(IMU)로 촬영해, 실제 멤버의 움직임이 그대로 반영된다. IMU는 가속도계와 회전 속도계, 때로는 자력계의 조합을 사용하여 신체의 특정한 힘, 각도 비율 및 때로는 신체를 둘러싼 자기장을 측정하고 보고하는 전자 장치다.

실제 멤버들은 고척돔이 아닌 별도로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그래서 전파 송출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22일 공연은 시작되자마자 잠깐 송출이 중단되었다가 복구되기도 했다.

멤버마다 노래 실력, 목소리, 동작, 춤 등이 실제에 바탕을 두고 있어 선호하는 개인별 팬덤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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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멤버들은 모두 개성적이며, 다들 재주가 많다. 모두 2001년~2003년생의 20대초중반이지만, 하민은 세계관상 생년이 불명으로 팀에 가장 늦게 합류해 막내가 되었다. 메인보컬 노아는 노래실력이 뛰어나고, 일본 노래도 소화한다. 핑크색 머리에 눈동자도 핑크색인 밤비의 귀여운 춤, 은호의 랩 실력도 만만치 않다.

애니메이션으로 표출되므로 비주얼을 더 멋있고 예쁘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상하면 이뤄지는 아바타다. 멤버 5명 모두 여성적인 남성, 에겐남들이다. 다섯 에겐남들의 잔치를 직관하는 느낌이다.

이들은 걸그룹 티아라가 ‘보핍보핍’을 부를 때 사용하던 소품인 곰발바닥 장갑을 끼고 노래하기도 했다.

버추얼 가수는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기도 쉽다. 플레이브는 간혹 일본어와 중국어를 사용하며 대화하기도 했다. 이 말은 기계가 외국어를 대체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람이 외국어를 공부해야 하지만, 무대가 아닌 다른 곳에 있기 때문에 대사를 보고 읽을 수 있는 성우들처럼 외국어 구사가 쉽다는 뜻이다.

관객중에는 일본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공항에서 바로 캐리어를 끌고 온 팬덤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관객들은 오히려 소통 자체에 더욱더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버추얼 아이돌 ‘이터니티’ 제작자인 박지은 대표는 “K팝이 전세계적인 한류 열풍을 이어 나가고 있는 것처럼 버추얼 가수도 국제적인 인기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가상 아이돌은 언어의 장벽을 쉽게 넘을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진출이 더욱 용이하다”라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인데 꽤나 현실적인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 익숙해진 비대면 문화, 언어 한계 극복, 멋있는 비주얼의 구현 등으로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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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23일 공연 시작은 ‘중력’을 키워드로 한 이번 공연의 콘셉트를 관통하는 ‘제로 그래비티(Zero Gravity)’ VCR이 재생되고, 플레이브는 팬들의 터질 듯한 환호성 속에서 ‘와치 미 우!(Watch Me Woo!)’를 부르며 등장했다.

플레이브는 “데뷔 100일 라이브에서 ‘고척돔에서 공연을 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 고척돔에 와 있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2회차 공연에서는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 팬들을 위한 재치있는 다국어 인사말도 이어졌다.

이어서 ‘버추얼 아이돌(Virtual Idol)’과 ‘리즈(RIZZ)’ 무대가 펼쳐지며 발랄한 매력을 뽐냈다. 하민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한 ‘아일랜드(Island)’와 ‘12시 32분(A to T)’은 감미로운 보컬로 관객들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셨다.

새롭게 연출된 돌출 무대에서 펼쳐진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의 ‘여섯 번째 여름(The 6th Summer)’과 ‘From’ 무대는 깊은 감동을 더했다. 이어 팬들을 향한 진심 어린 메시지를 담은 팬송 ‘디어 플리(Dear. PLLI)’는 새하얀 설원 위로 등장해 겨울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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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브만의 독창적인 무대 연출과 퍼포먼스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도회장에서 가면을 쓰고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 ‘웨이 포 러브(WAY 4 LUV)’, 칼리고 댄서들과 함께 꾸민 ‘대쉬(Dash)’의 웅장한 퍼포먼스는 VCR과 레이저 효과를 극대화해 플레이브의 세계관을 더욱 압도적으로 표현했다.

1층 플로어석부터 4층까지 이어진 관객들의 파도타기는 장관을 이뤄 현장의 열기를 배가시켰다. 이어 몽환적인 공간에서 드라이브를 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돋보인 ‘크로마 드리프트(Chroma Drift)’, 동방신기의 원곡을 재해석한 ‘주문’ 커버 무대는 강렬한 카리스마와 성숙한 매력으로 폭발적인 환호를 이끌었다.

공연 후반부에는 연습생 시절 홍대 버스킹을 떠올리게 하는 ‘고척돔 버스킹’ 코너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고척돔 외부 전경이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짧은 라이브로 선보였다. 특히 예준과 은호는 자작곡 ‘좋아한다는 그 한마디’와 ‘벗 유어 아이돌(But Your Idol)’을 들려주며 큰 호응을 얻었다.

플레이브는 ‘아이 저스트 러브 야(I Just Love Ya)’, ‘펌프 업 더 볼륨(Pump up the volume!)’, ‘숨바꼭질’, 데뷔곡 ‘기다릴게’ 무대를 선보이며 공연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음을 알렸다. 특히 본공연의 마지막 곡 ‘픽셀 월드(Pixel World)’에서는 멤버들 머리 위로 선물 상자가 열리고, 팬들을 ‘마지막 퍼즐’이라고 지칭하며 훈훈함을 더했다.

본공연 종료 후에도 ‘From’ 싱어롱 이벤트와 관객들의 앵콜 요청이 이어졌다. 플레이브는 지난 10일 발매된 신곡 ‘뿌우(BBUU!)’를 부르며 다시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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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므메미무’ 인형탈을 쓴 댄서들이 깜짝 등장하자, 플레이브는 함께 ‘왜요 왜요 왜?(Why?)’를 부르며 관객들과 유쾌하게 소통했다.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추억을 기록한 플레이브는, 투어의 여정을 함께해준 스태프들과 팬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즈넉한 시골집을 배경으로 ‘봉숭아’를 부른 멤버들은 산타 복장으로 갈아입어 분위기를 한층 달궜고, ‘메리 플리스마스(Merry PLLIstmas)’ 무대로 팬들에게 조금 일찍 찾아온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넸다. 캐럴처럼 따뜻하고 밝은 무대는 고척돔을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플레이브는 “플리의 사랑과 응원 덕분에 상상조차 못했던 고척돔 무대까지 설 수 있었고, 이 순간이 정말 기적처럼 느껴진다. 우리를 믿고 함께 걸어준 플리가 있었기에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넘어 지금의 플레이브가 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우리 여정에서 더 좋은 음악과 성장으로 보답하겠다.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마지막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우리 영화’를 부르며 관객들을 배웅한 플레이브는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커튼콜(CURTAIN CALL)’이 재생되며 멤버들의 영상 편지와 직접 쓴 손편지가 송출돼, 현장을 따뜻한 여운으로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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