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과문 숨은그림찾기’ 하나…‘유출’ 언급 한마디도 없네

쿠팡 홈페이지. 개인 정보 유출 사과문이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있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3000만 명이 넘는 고객 대부분의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진 쿠팡이 소극적인 사과로 비판을 받고 있다.

11월 30일 쿠팡 홈페이지에는 사과문이 최상단 좌측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조그맣게 올라와 있다. 홈페이지 중앙 눈에 띄는 곳에는 상품 프로모션 및 신규 고객 쿠폰 등의 창이 자리하고 있다.

사과문 역시 잘못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최대한 피하고 있다. 사과문의 제목은 ‘고객 여러분께 심려와 걱정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다. 개인 정보 유출이라는 사건 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심려와 걱정’이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본문에서도 ‘개인 정보 유출’이라는 표현은 전혀 쓰지 않고, ‘고객 정보에 대한 무단 접근’이라고 표현했다. ‘유출’인 경우 주어가 쿠팡이기 때문에 쿠팡의 잘못이 부각되는 반면, ‘무단 접근’은 주어가 유출 피의자이기 때문에 쿠팡의 잘못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쿠팡 측은 사과문 나머지 부분에서도 “무단 접근된 고객 정보는 이름, 고객 이메일,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 그리고 특정 주문 정보로 제한되었다”라며 사태를 축소 설명했다. 또 “모든 고객 정보를 보호하는 것은 쿠팡의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입니다. 쿠팡은 이 의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종합적인 데이터 보호 및 보안 조치와 프로세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쿠팡이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의 문구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쿠팡이 문자메시지로 보낸 사과문의 하단에는 “결제 정보, 신용카드 번호, 로그인 정보는 노출되지 않았으므로 쿠팡 이용 고객은 계정 관련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고객 여러분께서 쿠팡을 사칭하는 전화, 문자 메시지 또는 기타 커뮤니케이션에 주의해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적혀 있다.

가입자들은 “이름, 전화번호, 주소 조합으로 얼마나 많은 범죄가 가능한데 개인한테 주의하라고 떠넘기는 게 말이 되나”,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털려놓고 결제 정보 노출 안 된 게 자랑인가” 등 비판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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