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예산 절실한 野와 타협점 찾아
여야가 2일 오전 2026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국회가 2020년 이후 5년 만에 법정시한(12월 2일 자정)을 지키게 됐다.
제1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감액한 정부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여야가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을 합의 처리한 것이다. 재정수지를 개선하고 국정과제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정부와 여당, 두 해 연속 지역구 등 소요 예산을 놓칠 수 없던 국민의힘이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예산안이 법정시한 내에 처리되는 것은 국회선진화법 시행 첫해인 2014년과 2020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에는 시한을 넘겼을 뿐 아니라 처음으로 증액 없이 감액 처리된 예산안을 야당 주도로 처리하기까지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여야 예산안 합의 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 입장에서는 정부·여당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과제는 하나도 양보하지 않고 전부 지킨 결과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보면 5년 만에 법정기한을 준수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고, 또한 새 정부의 첫 예산인데 여야 합의를 이뤄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의 예산안 협상은 전날 급물살을 탔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세 차례 회동 끝에 잠정안을 마련하고 이날 오전 회동을 기약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전날 마지막 여야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진척이 조금 있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감액 쟁점을 약 50여건 남겨놓고 줄다리기 하던 여야가 법정시한 전날 저녁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합의안에 대해 정부와 여야가 모두 ‘윈윈’한 협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안 총지출에서 변동 없이 예산을 증액하면서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를 막아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성장률 둔화로 인해 재정 확대를 하다 보니까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가지실 수도 있는데 이번에 국회 심사 과정에서 총지출 범위 내에서만 증액을 하면서 지출은 어쨌든 줄였다”고 말했다.
또 “세외 수입을 저희가 좀 증가시켰는데 수입이 좀 적게 잡힌 것을 개선해 좀 더 많이 걷히게끔 수정하는 걸 통해 세입이 증가하는 건 재정수지 개선으로 연결된다”며 “큰 폭은 아니지만 어쨌든 정부 안보다는 재정수지나 재정건전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국정과제 관련 예산도 대체로 유지됐다. 여야는 약 1조1500억원 규모 지역사랑상품권을 비롯해 인공지능(AI) 사업 관련 예산과 정책 펀드 등도 조금씩 감액하는 선에서 합의를 이뤘다. 이 의원은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정과제와 주요 정책과제, 주요 펀드, AI 사업의 모든 아이템을 다 지켰다”고 말했다.
대미 투자 관련 예산안은 일부 감액됐다. 정부는 예산안 제출 당시 가안으로 1조9000억원 규모의 ‘대미 통상 대응 프로그램’ 예산을 잡아놨는데, 이를 관세협상 타결 결과를 반영한 한미전략투자공사에 대한 출자 예산 약 1조1000억원으로 조정한 것이다.
앞서 민주당이 지난달 26일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하면서 자동차 및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는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되고, 지난달 1일부터 소급 적용됐다.
여야가 이견을 보였던 법인세·교육세 상향은 추가 협상 없이 정부 원안이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법인세·교육세 추가 가능성은 없다. 정부 원안대로”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법인세·교육세를 제외한 예산부수법안을 합의 처리했다.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법인세·교육세 인상안은 정부 원안대로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법인세의 모든 구간에서 1%p씩 올리자는 게 정부안이다. 현행 법인세는 ▷2억원 이하 9%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19% ▷200억원 초과 3000억원 이하 21% ▷3000억원 초과 24% 등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200억원 이하 구간에서 현행 세율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또 정부는 수익 1조원 이상 금융·보험사의 교육세를 0.5%에서 1.0%로 상향하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인상률은 정부안대로 두되 기준을 수익이 아니라 순익으로 하자는 게 국민의힘 안이다.
당정 간에 이견으로 투자자들이 주목했던 배당소득 최고세율의 경우 여야가 5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30%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안을 마련해 합의했다. 이외 구간은 ▷2000만원 이하 14% ▷2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 50억원 이하 구간 25%의 세율이 적용되는 안이다. 당초 정부안은 3억원 초과 구간에서 최고세율을 35% 적용이었다.
대상 기업의 경우 배당성향 40% 또는 배당 성향 25% 및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증가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안에서 대상 기업은 배당성향 40% 또는 배당 성향 25% 및 전년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경우로 조정됐다. 주소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