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 놓고 지역 주민과 충돌
건설 중 TSMC 2·3공장, 지역 반발 여전
마이크론 클레이팹, 아직 첫 삽도 못 떠
삼성전자 테일러팹, 반대 단체 생기기도
SK하이닉스 인디애나주 HBM 패키징 공장, 환경 우려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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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일대에 짓고 있는 TSMC 팹 [TSMC 제공]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미국에 반도체 팹(Fab·공장)을 짓고 있는 TSMC와 마이크론이 ‘물’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팹 건설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막대한 용수가 필요한데, 팹 인근 주민들이 물 부족과 환경오염을 우려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TSMC와 마이크론 뿐 아니라 미국에 팹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또한 환경을 둘러싼 주민 반대에 몸살을 앓고 있다.
TSMC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제1공장을 짓고, 제2·3공장을 짓고 있다. 착공 전후로 가장 큰 걸림돌은 ‘환경’, 특히 물 부족 문제였다. 사막 기후인 애리조나는 만성적인 가뭄 지역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TSMC 애리조나 제1공장의 하루 물 사용량은 약 1800만 리터로, 피닉스 약 1만425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이유에서 ‘물 먹는 하마’인 반도체 공장 설립에 대한 주민 반발이 거셌고, 결국 TSMC 인근에 패키징 공장을 짓던 앰코테크놀로지가 부지를 이전하기도 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TSMC 애리조나 제1공장은 하루에 약 1800만리터 이상의 물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피닉스의 약 1만425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물의 양이다. 이른바 ‘물 먹는 하마’라고 불리는 반도체 공장 건설로 주민 반대가 극심했다.
TSMC는 주민 우려를 줄이기 위해 공정용수의 65%를 재활용하겠다고 약속했고, 90% 이상 재활용이 가능한 산업용수 재활용 시설(IRWP) 건설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애리조나 제2·3공장을 둘러싼 지역 반발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마이크론도 사정은 비슷하다. 뉴욕주 클레이에 지을 예정이던 반도체 팹은 환경 평가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길어지며 착공이 늦어졌다. 회사는 가동 시점을 당초 2028년 중반에서 2030년 말로 2~3년 연기했다. 2024년으로 계획했던 착공도 미뤄져 아직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상태다. 현지 언론에서는 공사 지연으로 하루 500만달러(약 68억원) 규모 손실이 발생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환경’을 둘러싼 지역사회와의 갈등에 시달리는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HBM 패키징 공장을 추진 중인데, 일부 주민 단체가 “오염 물질이 우수 시설을 통해 외부로 흘러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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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일러팹 설립 반대(Taylor Against Samsung) 페이스북 캡처] |
삼성전자는 지난해 텍사스 테일러시에서 가뭄 장기화로 물 부족이 심각해지자 팹의 물 사용량을 둘러싸고 주민 불만이 커졌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테일러시 주민들의 불만으로 난항을 겪었다. 수년간 이어진 가뭄으로 만성적인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데, 물을 가장 많이 쓰는 삼성전자 팹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테일러시 주민들을 중심으로 ‘테일러팹 설립 반대(Taylor Against Samung)’ 단체가 생겨나기도 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수혜를 극대화하려면 생산능력 확보가 핵심이지만, 환경 이슈가 지역사회와의 충돌로 번지며 팹 건설 일정이 지연되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환경 리스크를 관리하는 역량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