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도 못 산다”…물량 빠지는 홈플러스, 해법 있을까

삼양·아모레, 납품 중단…LG생건·동서식품은 물량 축소
“정치는 없던 길도 낸다”지만…달래기 급급한 정치권
마트업계 “규제 먼저 풀고 인수 제안하는 것이 상책”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현금흐름 한계를 이유로 일부 점포에 대해 연내 영업종료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가양점에 폐점을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폐점을 보류해온 15개 점포 중 일부의 영업 중단을 검토 중이다. 검토 대상은 가양·장림·일산·원천·울산북구점 등으로 알려졌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기업회생 전 M&A(인수·합병)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가 점포 운영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현금 흐름이 막힌 탓에 주요 납품업체들도 물품 제공을 중단하고 있어 사실상 파산 위기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 뷰티 기업들은 홈플러스에 대한 납품을 속속 보류하고 있다.

삼양식품이 대표적이다. 삼양식품은 지난달 말부터 불닭볶음면을 포함한 전 제품에 대한 납품을 중단했다. 정상 거래를 위한 운영 조건이 되면 납품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아직 시점은 미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8월부터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한 상태다. 현재 판매되는 상품은 8월 이전에 납품된 상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연간 단위 계약을 체결해 납품 중이었는데 대금이 정상적으로 회수되지 않아 8월부터 납품하지 않고 있다”며 “내년에 (납품을 재개)할 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도 홈플러스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동서식품도 거래 점포나 납품량을 과거보다 축소했다.

농심, 오뚜기, 대상, 하이트진로 등 업체들은 현재까지 납품 중단을 검토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잇따른 납품 중단 소식에 다른 제조사들은 심란한 분위기다. 제조사와 유통 채널 관계 특성상 아무리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더라도 쉽게 물량을 뺄 수 없다는 것이 제조사 입장이다. 홈플러스의 M&A 여부나 사업 방향성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 조치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럽다고 복수 관계자들은 말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마트 입장에서도 어떤 제품을 지니고 있는지 중요하지만, 많은 손님이 결집하는 대형마트의 눈치를 (제조사가) 많이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납품을 중단하기보다 물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앞서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을 신청한 당시에도 각종 납품 대금 미지급 논란에 휩싸였다. 납품 조건을 조율하던 농심, 서울우유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제품 공급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상태가 ‘시한폭탄’ 같다고 입 모은다. 현금을 마련할 구멍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M&A 가능성까지 줄고 있어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빠른 사태 해결을 약속했지만, 실질적으로 보장한 것은 없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안수용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을 찾아 “법과 제도적으로는 한계가 있으나 사람 마음먹기에 달렸고 정치는 없던 길도 내는 것”이라며 문제 해결 의지를 밝혔다. 안 지부장은 지난달 8일부터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공적 개입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진행해 오다 지난 4일 중단을 선언했다. 안 지부장은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 단식’을 선언했고, 결국 병원에 이송됐다. 이날 오후에는 전성환 대통령실경청통합수석도 안 지부장을 면회했다.

김병기 민주당 대표도 홈플러스 본입찰 무산에 대해 전문 유통경영 회사가 인수전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진행 계획을 밝히진 않았다.

마트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국내 2위 대형마트인 것은 맞지만, 일반 기업 인수전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유통업계에 인수를 요구할 것이라면, 관련 규제를 어느 정도 완화한 다음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기업에서 오프라인에 진출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면서도 “홈플러스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이를 떠안으려 하는 업체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연말 영업 중단을 예고한 홈플러스 5개 지점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입점업체 점주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점주들에 따르면, 홈플러스 측은 영업 중단 사실이 알려진 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정작 점주들은 초대되지 못했다. 12월 영업 중단이 현실화하면 당장 매장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음에도 별다른 공지를 받지 못했다고 점주들은 분노하고 있다. 한 점주는 “아무리 정해진 바 없다고 하지만 최소한의 사전 공지가 필요하다”며 “우리에게도 홈플러스는 삶의 터전이다. 홈플러스와 MBK는 일말의 책임감도 없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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