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 ‘깡’, 이제는 형사처벌… 관건은 현장 단속

과징금 최대 3배 등 국무회의 통과
지난해 부정유통 금액만 2512억
국감선 “단속 없으면 근절 힘들것”


중기부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1. 종로구의 한 대형 약국. 지난해 온누리상품권 결제액만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며 국정감사장에서 ‘이상 거래’로 지목됐다. 하루 수천만 원씩 반복되는 상품권 결제가 정상적인 소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에서는 “사실상 상품권을 현금처럼 바꿔주는 통로가 된 것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2. 직장인 김모(38) 씨는 할인된 가격으로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10만 원권을 구매한 뒤, 동네 가맹점에 찾아가 “물건은 안 필요하니 9만 원만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점주는 상품권을 받아 곧바로 환전했고, 김 씨는 손쉽게 ‘1만 원 차익’을 남기는 ‘상품권 깡’을 반복해왔다.

그동안 이런 방식의 온누리상품권 거래 유형은 처벌이 애매했다. 소위 온누리상품권 유통이 법과 합법의 경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종류의 온누리상품권 거래는 과태료는 물론, 부당이득의 최대 3배에 달하는 과징금에다 형사처벌(벌금)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관련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다.

▶국무회의서 ‘처벌 강화’ 확정…과징금 최대 3배·벌금까지= 중소벤처기업부는 9일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론 ▷물품 거래 없이 상품권만 받아 환전하는 행위 ▷수취한 상품권을 다른 가맹점에서 재사용하는 행위 ▷제3자와 공모해 상품권을 유통하는 행위 ▷비가맹점의 상품권 취급과 이용자의 재판매 등은 모두 법률로 명시된 ‘불법’이 된다.

부정유통이 적발될 경우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벌금(형사처벌·2000만원이하)이 부과되며, 특히 불법 현금화의 경우 부당이득의 최대 3배에 해당하는 과징금까지 물릴 수 있다. 가맹점 등록 취소 시 재가맹 제한 기간도 기존 최대 1년에서 최대 5년으로 확대된다.

또 신규 가맹점은 ‘조건부 등록’으로 먼저 임시 등록된 뒤, 30일 이내 실제 영업을 증명해야만 정식 등록이 가능하다. 유령 가맹점과 위장 점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온누리상품권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제기돼 온 부정유통 문제를 종합적으로 바로잡는 조치”라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중심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추정 부정유통액 2000억 넘어= 그간 정부가 암암리에 거래되던 ‘온누리 상품권 깡’에 대해 엄단 의지를 밝히고 나선 것은 부정 유통 규모가 이미 수천억원대로 커졌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금액은 총 2512억 원(76건 기준)에 달했다. 특히 결제액 50억 원 이상 상위 가맹점 22곳 가운데 9곳에서만 부정유통 1800억 원이 적발돼, 전체의 71.7%가 일부 고액 가맹점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유통이 적발된 9곳은 대구 8곳, 부산 1곳으로 모두 농산물 취급 가맹점이었다. 이들 가맹점은 ▷실제 거래 없이 상품권을 수취해 환전하거나 ▷영업구역 외에서 상품권을 받아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불법을 저질렀다. 이들에 대해서는 경고, 과태료, 가맹 취소, 형사 고발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

이 같은 부정유통 문제는 이미 국정감사에서도 반복적으로 도마에 오른 사안이다. 당시 국회 산자위 국감에서는 “온누리상품권이 소상공인 지원 수단이 아니라 사실상 일부 가맹점의 ‘현금 창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하루 수억 원씩 상품권 결제가 반복되는 약국·농산물 도매처 등의 사례가 공개되며 ‘정상 소비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가가 ‘손해’보는 구조… 실제 단속 있어야 근절= 다만 현장에서는 법과 처벌이 아무리 강해져도 ‘적발’이 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온누리상품권의 ‘현금깡’을 하는 경우 적발이 쉽지 않다. 이유는 거래 양 당사자는 모두 이익을 보게 되고, 결국 손해를 보는 곳은 국가기 때문이다.

예컨대 10만원짜리 온누리상품권을 10% 할인된 가격인 9만원에 매입한 개인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 가서 상품권을 제시하고 물건은 받지 않은 뒤 9만5000원의 현금을 요구해 받았다면 개인과 가맹점은 각각 5000원씩의 이득을 보게 된다. 이때 손해를 보는 곳은 상품권을 발행한 주체인 국가(5000원)다.

이 때문에 직접 현장을 찾아 단속을 하지 않을 경우 적발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100억원이 넘는 온누리상품권 유통으로 문제가 됐던 종로구의 대형약국 역시 불법 유통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부정유통의 70% 이상이 결제액 50억 원 이상 고액 가맹점에 집중돼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상시 현장 점검 체계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징금 3배와 5년 재가맹 제한은 매우 강력한 조치”라면서도 “현장 단속 인력과 상시 점검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또 다른 편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결국 관건은 현장 집행력”이라며 “익명 신고제 활성화, 내부 제보자 보호, 상시 표적 점검 같은 실질적 대응 수단이 함께 작동해야 실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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