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인들 “대체육, 실제육 구분 못하는 소비자 없어” 반발
‘농업 강국’ 프랑스 vs ‘무역협정’ 영국 간 갈등 양상도
![]() |
| 독일 베를린의 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비건 채식 버거 ‘비욘드 버거(Beyond Burgers)’가 전시됐다. 푸드테크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패스트푸드 체인에 이르기까지 식물성 원료로 만든 ‘가짜 고기’ 버거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유럽이 명칭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진짜 고기’가 아닌데, 버거가 말이 되냐” vs “그 정도도 구분 못하는 소비자가 어디 있냐”
유럽에서 때 아닌 ‘진짜 고기’ 논란이 일고 있다. 전통적 식문화의 가치를 지킨다는 명분이 친환경 바람을 타고 급성장하는 신산업(대체육)을 견제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유럽 내 농업 강국인 프랑스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했지만 무역협정으로 여전히 유럽에 연계된 영국 간 갈등 소지도 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식품 생산업체가 식물성 기반(plant-based)의 대체육이나 배양육(동물의 세포를 채취해 공장에서 배양해 만든 고기) 식품에 ‘베지 버거(veggie burger)’ 또는 ‘비건 소시지(vegan sausage)’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중이다.
이 법안은 프랑스 중도 우파 성향의 셀린 이마르 유럽의회 의원이 EU 농업 규정 개혁안에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추진되기 시작했다. 해당 개혁안에는 농부와 구매자 간의 계약 방식 등 기술적인 조항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식물성 고기’에는 버거나 소시지 등 기존 ‘실제육’ 기반으로 만들었던 식품의 명칭을 쓰지 못하게 하는 내용도 담았다. 현재 이 법안은 EU 각국 정부를 대표하는 EU 이사회에서 논의중이다. 유럽의회 의원들과 이사회가 최종안에 합의하면 해당 규칙은 법제화된다.
이마르 의원은 전통적인 식문화의 가치와 농부들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이 법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마르 의원은 지난달 미국 매체 폴리티코에 “스테이크는 단순한 모양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인류는 신석기 시대부터 고기를 먹어고, 이런 이름들은 유산을 담고 있으며 농부들의 소유”라 주장했다.
그는 대체육을 이용한 식품에 버거 등 전통적인 육식을 암시하는 명칭을 쓸 수 없게 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혼동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이 ‘진짜 버거’와 ‘식물성 패티’를 구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에 채식이나 비건식을 하는 이들, 대체육 사업을 하는 기업들 사이에서는 반대가 거세다. 대체육과 실제육을 구분 못하는 소비자들이 드문데, 굳이 명칭 사용을 금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친환경으로 주목받는 푸드테크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반대 움직임에는 비틀즈 출신 뮤지션 폴 매카트니도 ‘등판’했다. 1975년부터 채식을 해왔고, 가족기업으로 채식 사업도 하고 있는 그는 7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더 타임스(The Times)와의 인터뷰에서 “버거와 소시지에 ‘식물성’, ‘채식주의자용(vegetarian)’, 또는 ‘비건(vegan)’이라고 명시하는 것만으로도 상식적인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먹는지 이해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명칭 허용은 우리의 건강과 지구 환경에 필수적인 태도를 장려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버거 논란은 미묘하게 프랑스와 영국 간 대립 양상으로도 번지고 있다. 입법을 주도하고 있는 이마르 의원은 유럽 내 전통적인 농업 강국인 프랑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대체육 등 푸드테크 산업이 성장하면 아무래도 축산업을 해 실제육을 생산하는 프랑스의 농업 기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영국은 의회 의원들이 나서 이를 반대할 정도로 저항이 거세다. 더 타임스는 제러미 코빈 등 8명의 영국 의원들이 EU본부에 서한을 보내 해당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의원들은 해당 법안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경제 성장과 지속 가능성 목표, 그리고 EU 자체의 규제 간소화 의제를 약화시킬 것”이라 비판했다.
영국은 브렉시트를 단행했지만, 브렉시트 시행을 앞둔 2020년 EU와 새로 무역 협정을 맺으면서 식품 명칭 규정은 EU 법규를 따르고 있다. EU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영국 식품 기업들도 EU에서 유통되는 제품 명칭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영국은 의회 차원에서 이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https://1day1trump.stibe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