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6억弗 해외법인 자금 겨냥 조치
2023년 세법개정 유보금 감소 전례
“중장기적 효과 기대 못미쳐” 우려도
정부가 24일 발표한 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의 골자는 해외 자회사의 배당 유입에 대한 유인책이다.
현재는 국내 모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 조정을 위해 해외 자회사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률을 95%로 정하고 있는데, 이를 100%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익금불산입이란 특정 법인이 다른 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금 중 일정 비율을 익금(이익으로 남은 돈, 과세소득)에 산입시키지 않고 세금을 줄여주는 제도다. 이 비율을 100%로 높인다는 것은 해외 자회사가 국내 모기업으로 송금하는 배당금 전액에 대해 한 푼도 과세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데에는 최근 환율의 가파른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기업들의 해외 유보금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해외법인 유보금(재투자수익수입)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0년부터 올해 10월말까지 누적으로 1156억2430만달러(약 170조원)를 기록했다. 올 들어 늘어난 유보금은 78억달러(약 11조40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가량 규모가 늘었다.
재투자수익수입은 한국 기업이 지분(10% 이상)을 가진 해외 자회사가 국내로 배당하거나 현지서 투자로 활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뜻한다.
따라서 이번 익금불산입률 상향으로 1000억달러가 훨씬 넘는 해외법인 유보금 중 일부가 국내로 반입될 경우 외환 시장 안정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23년 세법 개정으로 익금불산입률을 95%로 높여줬을 당시 매해 증가하던 유보금은 126억830만달러가 줄어 25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2024년부터 다시 이 유보금은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이 때문에 이번 조치에도 유보금이 한국으로 전송되는 규모가 일시적으로 늘 뿐 중장기적으로는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들은 이번 조치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면서도 해외법인 유보금은 투자 및 재무안정 등을 위한 목적성이 있기 때문에 고환율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에는 다소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해외 자회사의 배당금에 대한 익금불산입률 상향은 자금 리쇼어링이라는 측면에서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조치”라면서도 “미국 등 주요국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달러를 해외에 유치하고 있다는 자체로 비난을 받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기업 10곳 중 4곳가량은 내년 투자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달 19∼24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10곳 중 43.6%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투자 계획이 없다’는 응답은 15.5%였다.
작년 조사와 비교해 ‘계획 미정’은 13%포인트 감소했고, ‘계획 없음’은 4.1%포인트 증가했다. 계획을 수립했다는 응답은 40.9%로 8.9%포인트 늘었다. 투자계획이 미정인 기업들은 그 이유로 조직개편·인사이동(37.5%),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5%),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18.8%) 등을 꼽았다.
투자계획을 세운 기업 중 내년 투자 규모가 올해와 비슷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53.4%였다. 올해보다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33.3%, 확대할 것이라는 응답은 13.3%로 나왔다.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계획이 없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부정적인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26.9%), 고환율과 원자재가 상승 리스크(19.4%), 내수시장 위축(17.2%) 등을 들었다.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들은 미래산업 기회 선점·경쟁력 확보(38.9%)와 노후화된 기존 설비 교체·개선(22.2%)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공급망 불안, 외환 변동성, 각종 규제 등이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며 환율 안정 노력과 함께 첨단산업에 대한 세제(국내 생산촉진 세제 등) 지원, 규제 개선 등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으로 국내 투자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경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