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계획 원점으로 가나…갈팡질팡 정책에 산업계 혼란

기후부 ‘에너지믹스 정책토론회’ 개최
에너지 ‘최상위 법정계획’ 일관성 논란
원가 포함 전기료 상승 부담 고스란히


정부가 신규원전 건설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작업에 돌입하며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다시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정책 일관성과 충돌하고, 산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망 안정성과 산업용 전기료 부담이 부각되는 시점에 정반대 흐름으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내년 1월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30일 국회 등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날 국회에서 ‘에너지믹스 1차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탄소중립과 전력수급을 위한 원전의 역할과 정책방향이 토론 주제다. 앞서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두 차례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를 거쳐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제는 이번 논의가 에너지 분야 최상위 법정 계획인 전기본을 사실상 원점에서 되돌리는 절차라는 점이다. 지난 2월 확정된 제11차 전기본은 신규 대형원전 2기(2.8GW) 건설과 소형모듈원전(SMR) 1기(0.7GW) 상용화를 명시했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2038년까지 121.9GW로 대폭 늘리는 내용도 담겼다.

정책토론회 시작은 이미 제11차 전기본에 명시된 신규 원전 건설을 재검토하는 수순이다. 전기본은 법적 절차에 따라 2년마다 수립하는 15년짜리 중장기 계획이다. 지난 2월 확정 당시엔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계획 확정에 동의한 만큼,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불거진 재검토 논의는 일관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전력수급계획은 국가가 인정하는 중장기 계획인데, 이를 뼈대부터 다시 논의하는 건 절차적으로 매우 이례적”이라며 “공론화라면 참여 규모, 자료 제공 방식, 최종 의사결정 기준이 사전에 제시돼야 하는데 이번엔 어떤 틀 안에서 결론을 낼지조차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산업계에서는 국내 원전 생태계가 다시 약화되는 것은 물론 전기료 부담이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몇 년 간 대형 원전 건설사의 경우 해외 수주나 소형모듈원전(SMR) 공급망 구축 등으로 ‘탈원전 리스크’에 대비해왔지만, 국내 공급망을 구성하는 중소 기자재 업체와 지방 시공사들은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기기 제조 등 대형사는 수출로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지만, 국내 현장에서 보조기기를 공급하던 중소기업은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기요금 부담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변수다. 전기요금은 제조기업들의 제품 원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대표적으로 철강산업의 경우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대비 발전 단가가 5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진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국내 기업들은 원가 경쟁력에 타격을 받아 결국 제조업 기반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 단가가 낮은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선택이 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등으로 전력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2050년 에너지 수요 전망 ▷탄소중립과 석탄발전 전환방향 ▷해외주요국 에너지믹스 계획 및 우리나라 정책방향 등 발제에 이어 패널 토론이 진행된다. 토론에는 총 6명의 패널 중 비정부기구(NGO) 소속으로 송용현 넥스트 부대표,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이 참여한다. 남태섭 한국노총 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 최혁준 한국서부발전 공주건설본부장,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오형나 경희대 교수가 함께 토론한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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