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내지 마세요” 판사 경력 15년 이상 매달 50만원씩 수당 준다…법관 이탈 고육지책 [세상&]

올해 4월 1일부터 시행…중견 법관 이탈 방지책
2014~2022년 정년 채운 퇴직 법관 3.7% 불과
퇴직 평균연령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반 분포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올해 4월부터 법조 경력 15년 이상 판사들에게 매달 50만원의 수당이 지급된다. 법원의 고질적인 문제인 중견 법관의 이탈을 방지하고 장기 재직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다.

6일 관보에 따르면 대법원은 ‘법관 및 법원공무원 등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법조 경력이 15년 이상인 법관에게 월 5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개정 규칙은 올해 4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같은 제도의 도입은 최근 법원을 떠나는 중견 법관들이 늘어나는 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법조인 경력 15년의 법관은 보통 지방법원에서 부장판사를 맡는다. 법원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데, 법무법인(로펌)에서도 영입 대상 1순위 직급·경력으로 꼽힌다. 법원이 이들에게 수당을 지급해 이탈을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재판 실무현황 및 법관 근무여건에 관한 실증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퇴직한 법관 629명 중 정년을 채운 법관은 23명(3.7%)에 불과하다. 2023년 기준 전체 법관 3192명 중 61세 이상 법관은 58명(1.8%)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연도별 퇴직 법관 현황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퇴직한 법관 383명 중 정년퇴직은 25명(6.5%)였다. 반면 정년을 채우지 않고 법원을 떠난 명예퇴직은 184명, 의원면직은 157명으로 그 비율이 89.1%에 달했다.

퇴직 법관들의 평균 연령은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반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2023년 퇴직 법관 78명의 평균 연령은 53세, 2024년 법원을 떠난 92명은 평균 51.5세였다.

보고서는 “이 시기는 일반적으로 전문성과 생산성이 정점에 이르는 시기로서, 다른 직역에서는 조직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연령대이기도 하다”며 “그런데 업무 몰입도가 높고 재판 경험이 풍부한 중견 법관들이 법원 밖으로 대거 자리를 옮기는 것은 법원이 장기간에 걸쳐 양성한 인적자원이 상실되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퇴직 법관의 직위별 현황도 이같은 추세를 보여준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퇴직한 법관을 직위별로 분류하면 고등법원 부장판사 37명, 지방법원 부장판사 280명, 고등법원 판사 65명, 일반 판사 6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장판사급 이상의 중견 법관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재판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인력이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고서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이라는 법원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수 법관의 이탈을 저지하기 위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법원은 단순히 신규 법관을 충원하는 수준을 넘어, 중견 법관의 장기 근무를 유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근무여건 개선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충실한 재판의 토대가 되는 인적기반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중견 법관의 조직 이탈을 방지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요청된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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